얼마 전 해외에 의류, 피복을 내다 파는 한 수출업자에게 들은 얘기다.
보통 환율이 오르면(원화가치 하락) 상품의 외화 표시가격이 낮아져 수출기업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기업에는 그런 가격 효과도 잠시일 뿐. 급등한 환율은 언젠가는 다시 내려가게 마련이고 결국 환율 급변동은 어느 방향이든 간에 기업들엔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
요즘 환율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며 매일 가슴을 졸여야 하는 기업인이 많다. 연초 달러당 93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1020원을 넘겼다. 환율은 이달 초 970원대로 하락했지만 최근 다시 1000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주변에서 환헤지(위험회피) 상품 가입을 권하지만 이마저도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한눈에 봐도 복잡한 통화옵션 계약을 섣불리 체결했다가 오히려 급변동하는 환율을 예상치 못하고 큰 손실을 보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널뛰기 환율’에 대한 고민은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주변에는 유학 자녀들을 위해 매달 달러를 송금해야 하는 부모가 많다. 올해 초 이들은 지난해보다 송금액을 대개 20%씩 늘려야 했다. 매달 비슷한 수준으로 해외에 있는 자녀들의 용돈을 대려다 보니 정작 국내에서는 자신들의 생활비를 대거 줄여야 할 판이다. 송금 액을 늘릴 만한 여유조차 없는 가정의 유학생들이 현지에서 직접 소액 대출을 받아보려 하지만 신용거래 실적도 없는 외국인인지라 그마저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경제 고위 당국자들이 섣부른 발언으로 환율에 예기치 못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다. 지난달 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환율 정책에 대한 견해차를 보이면서 외환시장이 출렁이는 소동을 빚더니 최근 들어 공방이 다시 불붙을 태세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솔직히 말해 시장 참가자들은 요즘 불편하다. 앞으로도 이런(당국자들의 발언이 시장을 흔드는) 현상은 오래갈 것 같다”며 한숨을 지었다.
유제동 기자 jarrett@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