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밀착취재]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 입력 2001년 9월 24일 18시 51분


서울대학교병원 의사와 생명보험회사 최고경영자(CEO). 신창재(愼昌宰·48) 교보생명 회장은 보통사람이라면 하나도 해보기 힘든 직업을 모두 경험했다. 26세이던 지난 80년 의사가 됐을 때만 해도 그는 CEO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그를 가만 두지 않았다. 신회장의 아버지이자 교보생명의 창업자인 신용호씨가 사업을 물려받을 것을 종용한 것. 신 회장은 “가업을 잇는다는 측면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같은 노력을 기울여 더 큰 보람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설명한다.

신회장은 경영관련 책을 즐겨 읽는다. 그는 “의사하다가 CEO가 됐기 때문에 책을 통해 경영을 배우는 수밖에 없었다”며 “비록 ‘2세 경영인’이지만 교보생명을 21세기 글로벌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금융회사로 바꿔 스스로 전문경영자로 평가받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이런 욕심은 그를 러닝머신 위를 달리면서도 CNN을 듣도록 만들었다.

CEO 취임후 신회장이 지켜온 가장 큰 원칙은 ‘변화’다. “필요할 경우 교보생명이라는 회사이름도 젊고 진취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밝힌다.

그는 작년5월 CEO로 취임하면서 변화지원실을 만들어 6만여명이던 보험설계사를 3만5000명으로 줄여 변화의 물꼬를 텄다. 올 7월부터는 변화지원실(20명)을 변화추진본부(40명)로 확대개편했다. 결제서류 동시통보제도 도입했다. 처음에 아이디어를 입안한 직원이 전자결재를 올리면 이 서류가 과장 부장은 물론 임원과 사장까지 동시에 통보되는 것. 또 5∼6단계에 이르던 결제단계도 2∼3단계로 대폭 줄였다. “밑의 생생한 정보가 위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CEO는 인의 장막에 휩싸여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는 수가 많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지난해 주가하락과 대우그룹 문제등이 겹치면서 2500억원의 적자를 기록, 신회장은 시련에 부딪쳤다. 다만 올들어 4∼6월중에 1677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자산운용수익률도 9.3%로 높아져 변화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연간 순이익 목표는 1000억원.

신회장은 “변화와 혁신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며 “1년여의 단기평가보다는 중장기 시각을 갖고 꾸준히 시행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외국회사의 CEO와 1년에 한번씩 만남을 갖고 글로벌스탠더드에서 뒤떨어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자동차보험에 진출하는 결단도 내렸다. 10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판매될 코리아디렉츠의 자동차보험은 다른 손해보험회사의 보험료보다 15%정도 쌀 것으로 예상돼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신 회장은 “경영효율성을 통해 보험료를 낮춤으로써 고객만족 경영을 실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자가 궁금해 하는 것을 천천히 친철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명의인 것처럼 회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해주도록 회사를 바꾸는 것이 유능한 CEO”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신창재 회장 프로필▼

▽53년 서울 출생

▽경기고 졸

▽서울대 의대 졸(박사)

▽서울대 의대 교수(산부인과)

▽93년 대산문화재단 이사장

▽96년 교보생명보험 부회장

▽00년 교보생명보험 대표이사회장

▽가족〓부인과 2남

▽취미〓경영관련서적 읽기

▽주량〓소주 반병

▽골프〓‘108번뇌’(보통 100타를 넘기 때문에 번뇌가 많다는 뜻)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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