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금융지주회사를 향한 신한은행의 발걸음은 한치의 오차도 없다. 합병의 회오리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사정은 달라졌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은행장들에 “우량은행 중심의 합병구도를 10월말까지 가시화해달라”고 주문한 터였다.
이인호(李仁鎬·사진) 신한은행장은 심리적 부담이 상당한 듯 인터뷰내내 “대형화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는 정부의 뜻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각 행마다 처해진 상황이 다르다”고 몇 번이나 반복했다.
―합병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금융지주회사로 가장 먼저 입장을 정리했는데요.
“합병의 성공사례가 많지 않아요. 합병을 추진하더라도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내부역량을 갖춘 이후지요. 부실채권은 거의 정리했으니까 우선은 내부역량을 키워야죠. 경쟁력없이 자산만 100조원으로 키웠다고 씨티은행이나 HSBC와 경쟁할 수 있습니까.”
―일부에선 비교적 내부시스템이 잘 갖춰진 신한은행이 다른 은행과 합병할 경우 이를 망칠까 합병을 꺼린다고도 합니다만.
“특정 은행으로부터 합병 제의를 받은 적은 없지만 저희를 짝사랑한다는 은행에 대해 서류만 검토해본 적이 있어요. 직원수는 몇 배고 1인당 생산성은 저희보다 축 처지고…. 우리는 자산 52조원에 직원수는 4300명입니다. 우리만큼 효율성이 높은 은행이 없죠.”
―28%의 지분을 갖고 있는 재일교포들이 경영권 약화를 이유로 합병에 반대한다고도 하는데요.
“1600여명의 지분이 28%입니다. 애국심으로 은행을 갖고 있는 것이지 경영에 간섭한 일이 없어요. 사실이 아닙니다.”
시장에선 신한은행이 합병없이도 1,2년은 독자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장기적으로 초우량 대형은행이 나온 이후다. 그 때도 입장에 변화가 없을까.
“그 점은 저도 걱정하고 있어요. 내부 역량을 갖춘 2002년부터는 합병상대를 찾아볼 수도 있어요. 지금은 화학적 융합에 시간낭비하며 주춤하지 않겠습니다.”
―일부에선 은행이야 경쟁력이 있지만 생명이나 증권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과연 이들을 묶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금융포털이 되면 경쟁력이 있죠. 향후 지주회사에 오시는 분들은 저희 상품 뿐 아니라 경쟁사의 질좋은 상품도 살 수 있습니다. 생명이나 증권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선진 외국사가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죠. ”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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