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전망대]펀드에 지친 당신, 지금이 공부할 때

  • 입력 2009년 8월 17일 03시 02분


중년의 주부 모임에서 얘기 끝에 ‘불가능한 일 세 가지’를 추려보자고 한 사람이 말을 꺼냈다. 한참을 제안과 반론, 대안, 찬성이 오고간 끝에 마침내 주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첫째, 며느리의 남편을 내 아들로 만들기. 둘째, 대머리에 머리핀 꽂기. 셋째, 내 펀드 원금 되기. 이 우스개를 들려준 한 증권사의 임원은 앞의 두 가지는 아무래도 힘들어 보인다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마지막 항목을 두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임원은 펀드가 끝내 원금에 미치지 못하는 일은 정말 드물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기 기억에 지금까지 원금을 회복하지 못한 펀드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끝까지 기다리지 못한 투자자들이 중도 해지한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뜻이었다.

한국의 월스트리트인 여의도에서 청춘을 보낸 증권사 임원과 수많은 간접투자자들의 생각이 일치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인 듯하다. 최근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가는 돈의 행렬이 그치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다. 13일 현재 21일 연속으로 순유출된 돈만 모두 1조5000억 원이 넘는다. 개인적으로도 펀드 투자자들의 심정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올해 초까지만 해도 펀드 투자자들의 속은 너나없이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자기 펀드의 참담한 성적표를 지켜보는 쓰라림은 나락으로 떨어진 파산자와 다를 바 없었으리라. 이제 겨우 원금 수준에 올라섰거나 약간의 수익을 맛본 투자자들이 ‘늦으면 또 당할라’ 하는 생각에 서둘러 돈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판국에 환매를 늦추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귀담아들릴 리 없다. 데이비드 드레먼은 저서 ‘역발상 투자’에서 “심리적으로 끝까지 버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고 투자자들의 마음속을 꿰뚫어보았다.

하지만 펀드의 대량 환매는 악순환을 부른다. 자산운용사들은 펀드에 들어있는 종목을 팔아야 고객에게 돈을 내줄 수 있다. 펀드 편입종목이 대체로 시가총액 상위의 대형주들이므로 환매가 밀려올수록 증시에는 심한 하락 압력이 된다. 매도 물량을 사들이는 외국인투자가가 마지막에 미소 지을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몇몇 자산운용사는 투자자들이 다시 돈을 맡길 때를 대비해 내부 정비 중이라고 한다. 한바탕 환매의 바람이 불고난 뒤에는 펀드 판매 창구가 북적거릴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펀드 투자라면 진절머리가 난다며 도리질을 치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너도나도 펀드에 돈을 맡기면 점차 마음이 흔들릴 것이다.

그렇다면 바로 지금이 펀드의 이모저모를 곱씹어 볼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펀드 투자는 전문가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 때문에 마음 놓고 있으면 된다는 ‘홍보문구’부터 잊는 편이 좋다. 인기 최고라는 펀드에 가진 돈을 몰아넣지는 않았는지, 어느 펀드의 수익률이 시장 평균보다 더 요동쳤는지, 운용사와 펀드매니저는 믿을 만한지 등을 차분하게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6개월, 1년 안에 승부를 보겠다는 조바심을 가라앉혀야 한다. 직접이든, 간접이든 투자를 평생의 동반자로 여겨야 그날그날 수익률 변화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이진 경제부 차장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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