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함께/함께 사는 법]<2>서울의 ‘외국인 지도’

  • 입력 2009년 2월 5일 02시 55분


서울 ‘미니 지구촌’ 20곳… 中 영등포-美 강남-日 용산 밀집

구로 옌볜거리… 중구 몽골타운… 이태원 이슬람인마을…

‘모자이크 사회’ 초기단계… 2015년엔 외국인 100만 될듯

1990년대까지만 해도 주한 미군들을 위한 유흥가, 쇼핑 명소로 이름을 날렸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가 2000년대 들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터줏대감’이던 미군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상당 부분을 이슬람인들이 채웠다. 한남동의 이슬람 중앙성원 주변엔 수십 곳의 이슬람 상점이 들어서 있고, 합동 예배가 있는 금요일 오후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이슬람인들로 북적인다.

또 이슬람인 마을 양쪽에는 나이지리아 거리와 흑인 마을이 들어서는 등 이태원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이태원은 클럽이 사원으로 바뀌고, 술집이 이슬람 전문 음식점으로 바뀌는 등 변화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서울의 ‘다문화 지도’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서울에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외국인의 집단 거주지와 생활양식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 20여 개 외국인 커뮤니티 형성

현재 서울에 사는 외국인은 25만여 명. 이들은 출신 국가별로 특정 지역에 모여 살기도 하고, 상업지역이나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모이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외국인 커뮤니티는 20여 개.

외국인 마을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구로구 구로동과 가리봉동 일대에 펼쳐진 한국계 중국인 마을. 특히 가리봉시장 인근 약 500m에 이르는 골목은 ‘옌볜 거리’로 불릴 정도다.

이들의 거주 지역은 대림동, 구로동, 영등포구 일대까지 넓게 퍼져 있다. 영등포구와 구로구에 거주하는 중국 출신 이주민들은 2008년 현재 5만9485명으로 서울에 거주하는 전체 외국인(25만5207명)의 23%를 차지한다.

종로구 혜화동의 필리핀 거리는 종교 때문에 형성된 거리다. 혜화동 천주교 성당의 일요일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인근에 사는 필리핀 이주자들이 모여든다. 일요일 오후 성당 인근 도로변에는 필리핀 벼룩시장이 형성돼 이색적인 광경을 연출한다.

중구 광희동에는 러시아·중앙아시아 거리와 몽골타운이 있다. 1990년 러시아와 수교한 이후 동대문시장을 찾는 러시아 상인들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광희동에 자리 잡으면서 소규모 무역업을 하는 업체와 옷가게, 식당 등이 들어선 것이다.

인근의 10층짜리 건물엔 몽골인들을 위한 식당과 식료품점, 각종 편의시설 등 몽골타운이 조성돼 있기도 하다.

프랑스 학교가 옮겨간 서초구의 방배동과 반포4동 일대는 서래마을이라는 이름의 프랑스인 집단 주거지가 형성됐고, 용산구 이촌동에는 일본인이 많이 산다.

출신 국가별로 거주지는 큰 차이가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출신은 영등포구나 구로구 등의 저렴한 주거지를 중심으로 모여 산다. 반면 미국이나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 출신은 쾌적한 주거지에 모여 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은 인종적인 원인이라기보다는 경제적 요인에 의한 격리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글로벌 서울, 모자이크로 변화해야

서울의 ‘글로벌화’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1998년 5만990명에 불과하던 서울 거주 외국인은 2008년 25만5207명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의 총인구 대비 외국인의 비율도 1998년 0.49%였지만 2008년에는 2.44%로 5배로 늘었다.

특히 외국인의 증가가 서울의 총인구 증가를 주도하고 있을 만큼 서울 거주 외국인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08년 서울시의 인구는 전체적으로 3만4252명이 증가했는데, 이 중 외국인이 2만6135명으로 76%를 차지했다. 이런 추세라면 서울의 외국인 수가 100만 명이 넘어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는 시기도 그리 머지않았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이르면 2015년에는 외국인 인구가 전체의 10%인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홍석기 연구원은 “우리 사회가 외국인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숙한 데다 경제가 발전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국가별로 집단 거주지를 형성하고 살아가는 것은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외국인들이 거주국의 주류 사회에 편입되기 전단계에 나타나는 초기 현상이라는 것. 일부에서는 슬럼화 등의 문제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다문화에 대한 이해와 포용, 배려를 중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연구원은 “서울의 글로벌 빌리지센터 등을 활용해 한국사회 적응을 돕고, 외국인의 경제 수준에 맞는 저렴한 임대주택과 교육시설을 고루 분산시키면 특정 지역에 몰려 있는 서울의 외국인 분포가 모자이크처럼 발전된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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