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美軍감축 공개’ 韓美공방 3大 쟁점

  • 입력 2004년 6월 13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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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놓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물밑 진실게임’이 한미간에 벌어지고 있다. 한 쪽의 말이 맞으면 다른 쪽의 말은 거짓일 수밖에 없는 공방이다. 주한미군 감축 협상이 쟁점으로 떠오른 이달 초 미 행정부 관계자가 본보로 전화를 걸어왔다. 매우 격앙된 어조였다. 그는 “한국 정부가 비공식 브리핑에서 ‘미국이 난색을 표해 주한미군 감축 문제의 공론화가 미뤄졌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본보는 비공식 브리핑을 했던 한국 정부 고위당국자에게 이 전화내용을 전해주며 ‘진상’을 물었다.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미 행정부 관계자의 말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양국 합의문서까지 있다는 것이었다. 본보는 이후 워싱턴과 서울의 관계자들에게 후속 취재를 계속했지만 상황은 여전히 ‘진실 아니면 거짓’의 평행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韓 "작년 10월 공론화 제안" vs 美 "그런 제안 들은바 없다"▼

▽“미국이 감축 공론화에 난색을 표했다” vs “한국이 감축 공론화 연기 요청했다”=지난 달 28일 한국정부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9월 미국으로 간 대미협의단이 감축 문제를 같은 해 10월 1일 또는 10일에 공론화하자고 먼저 제안했으나 미국이 난색을 표했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미군재배치검토(GPR) 수준에서 한국의 감축 문제만 먼저 나오면 부담이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는 추가 설명도 내놓았다.

이에 대해 한반도를 담당하고 있는 미 행정부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한국 부문이 먼저 나온다고 해서 미국의 GPR 계획에 문제가 생길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또 다른 미 행정부 당국자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감축 문제 공론화를 놓고 한국이 날짜까지 잡아 먼저 제안했다는 것은 내가 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누가 브리핑 당사자인지 모르겠지만 분명 그는 제한적인 정보만을 갖고 이야기한 것 같다”며 “미국이 감축 문제 공개를 꺼릴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韓 "총선과 협상공개 무관" vs 美 "총선후 공개 요청 받았다"▼

▽“한국이 감축 문제 공론화를 총선 후로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미 행정부 관계자는 수차례 통화에서 “여러 통로를 통해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주한미군 감축 문제 협의 및 공론화를 2004년 4월 총선 이전에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를 총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주한미군 감축 협의 및 공론화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그러나 한국정부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2003년 9월 협상을 통해 한국과 미국은 2004년 여름까지는 일절 협의를 중단하고 2004년 가을부터 협의를 재개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거꾸로 미국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정부가 ‘4월 총선 이후로 감축 문제 공론화를 미뤄달라’고 요청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미간 주장은 또 엇갈린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당시 감축 문제 협의를 미루기로 한 것은 전적으로 한국측이 총선까지는 어렵다는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대신 미국측은 정확한 날짜(5월 21일 적어도 6월 이전)를 언급하며 2004년 총선 직후 감축 문제 협의 및 공론화가 즉각 시작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협상단이 ‘2004년 여름, 2004년 가을’ 등의 모호한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협상과 공론화는 총선 직후인 5월 시작됨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시 한국 당국자들에게 한국 내부에서 그런 표현을 쓰는 것까지 간섭할 권리는 없지만 미국측 입장과 차이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韓 "합의문서-비망록 있다" vs "美 서명한 합의문 없다"▼

▽“비망록 있다” vs “미국 서명한 합의문서 없다”=한국정부 고위 당국자는 본보의 재확인 요청에 “브리핑 내용은 사실 그대로다. 당시 합의내용을 문서로 교환했고 비망록도 갖고 있다”며 미국측 주장이 ‘전적으로 사실무근’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미 행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도 “미국의 서명이 들어간 합의문서를 교환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나는) 미 행정부 상부에 보고된 문서 등을 토대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주한미군 감축 공론화가 미국의 요구로 미뤄졌다는 한국정부의 브리핑 내용이 알려진 뒤 워싱턴 행정부 인사들 상당수가 분개했다”며 “한국측이 그 같은 주장을 계속 할 경우 미국측도 언론에 ‘사실’을 공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한국 실무진에게 전했다”고 덧붙였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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