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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무너지는 슬픔 딛고 시민조의금 기부한 ‘마린온’ 유족의 품격

입력 2018-08-13 00:00업데이트 2018-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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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마린온(해병대 상륙기동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장병들의 유족이 시민조의금 5000만 원을 해병대 장병들을 위해 써 달라며 기부했다고 한다. 유족들은 군에서 전달한 조의금을 고스란히 되돌려주면서 앞으로 사고를 막는 데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생때같은 자식과 남편을 하루아침에 잃은 유족이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의 와중에 보여준 의연한 자세가 깊은 울림을 남긴다.

우리 주변에서는 대중의 이목을 끄는 사고가 발생할 때면 피해자나 유족들이 떼쓰는 일을 능사로 아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한국 사회 전체를 악의 근원으로 몰아붙이는 세태와 달리 마린온 사고 장병들의 유족은 분노를 절제했다. 유족 대표는 “고인들의 희생이 더 안전한 해병대 항공기 확보와 강한 항공단 창설에 초석이 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기부 취지를 전했다. 자신들의 아픔과 상처만 앞세우기보다 안타깝게 스러져간 장병들이 몸담았던 해병대, 그들과 함께 웃고 울었던 동료들을 챙기는 마음씀씀이를 보여준 것이다.

무엇보다 순국 장병들에 대한 관심과 예우가 소홀한 이 땅의 현실에서 유족들이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안고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한 점이 국민을 숙연하게 만든다. 고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유족의 간절한 바람대로 철저한 진상조사로 책임을 가리는 것이 군의 책무다.

사설
나라 위해 헌신한 군인들의 유가족이 성숙한 태도를 보여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2016년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도중에 링스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해군 장병들의 유족도, 지난해 사격장에서 날아온 유탄을 맞고 사망한 이모 상병의 아버지도 군과 나라를 향해 저주의 말을 퍼붓기는커녕 인내와 절제하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안겨 주었다. 고비 고비마다 사회에 갈등과 불안을 부채질하기보다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유족들, 그들의 품격이 대한민국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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