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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트럼프 “속전속결 비핵화”… 모호한 北-美합의론 실현 못 한다

입력 2018-05-24 00:00업데이트 2018-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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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우리가 원하는 어떤 조건이 있고 그걸 얻을 것으로 보지만, 그게 아니면 회담은 안 열릴 수 있다. 안 열리면 나중에, 아마 다른 시기에 열릴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비핵화는 매우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all-in-one)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안전 보장도 거듭 약속하며 “북한은 부유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미 정상회담에서 결실이 없으면 회담장을 떠날 것이라고 했지만 회담 자체의 무산 또는 연기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물론 협상전략 차원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통해 정상회담 개최를 ‘재고려’하겠다는 북한의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아울러 “한꺼번에 할 수 없는 물리적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비핵화의 신속한 일괄 이행을 강조함으로써 북한의 ‘단계적 조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한편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회담의 성공에 무게를 두며 현재 북-미가 밀고 당기는 물밑 협상으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거듭 시사했다. 미국으로선 싱가포르 회담을 두 정상이 만나 담판을 짓는 협상 테이블이 아닌, 사실상 완전 합의된 문서에 서명하고 발표하는 이벤트로 만들자는 생각인 듯하다. 모호한 합의만 한 뒤 세부 내용은 실무 협상으로 넘기는 방식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내달 12일까지 타결을 위해 노력하되 그때까지 안 되면 회담을 연기하는 것도 감수할 수 있다는 태도다.

지금 북-미는 비핵화와 체제 보장이라는 두 리스트를 놓고 본격적인 주고받기 협상, 즉 단순한 기 싸움을 넘어 본격적인 이행 로드맵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가급적 비핵화의 단계를 늘리고 속도를 늦추며 더 많은 안전보장과 경제보상을 끌어내길 원하고, 미국은 비핵화의 일괄 이행을 요구하며 가급적 부담이 적은 안전보장을 보상책으로 제시하려는 샅바싸움이 한창인 것이다. 커튼 뒤에서 벌어지고 있는 북-미 협상의 우여곡절을 알 수는 없지만 결국 역사적인 북-미 정상의 만남은 합의문 내용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사설
과거 북한과의 합의는 대부분 서명한 문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딴소리가 나오는 불완전한 합의였다. 그런 엉성한 합의는 누구보다 시간 벌기를 원하는 북한이 노리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엔 달라야 한다. 논란의 소지가 없는 명확한 합의, 적어도 북한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북-미가 약속한 날짜인 내달 12일까지는 완성해야겠지만 그 시한에 얽매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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