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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풍계리 취재, 한국 기자단만 뺑뺑이 돌린 北의 수준

입력 2018-05-24 00:00업데이트 2018-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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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남측 공동취재단이 어제 낮 정부 수송기를 이용해 방북했다. 당초 한국을 비롯한 5개국 취재진을 초청하겠다더니 16일부터 느닷없이 심통을 부리며 한국 취재단의 명단 접수조차 거부했던 북한은 어제 오전 갑자기 태도를 바꿔 취재단 명단을 수령했다. 아무런 설명도 사과도 없었다. 북핵 문제의 당사자인 남한을 무시해온 못된 버릇이 재발한 것이다.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북한 측의 비자 발급을 기다리다 22일 저녁 귀국했던 한국 취재단은 북한의 태도 변화에 따라 정부가 급히 마련한 수송기를 타고 어제 낮 성남공항을 떠나 원산공항에 도착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취재진은 이미 그제 오전 고려항공 전세기로 베이징을 출발해 원산에 도착해 있었다. 한국 언론으로서는 굴욕적 취재를 해야 하느냐는 고민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북이 우리 언론을 길들이려는 터에 이번 풍계리 취재를 거부하는 게 마땅하지만 세계적 관심사인 비핵화 관련 현장을 외면할 수 없다는 직업적 책임감에 따라 공동취재단을 구성해 북한으로 간 것이다.

북한은 23∼25일 일정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해외 전문가 초청 약속도 팽개친 채 보여주는 것만 전달하라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6차례 핵실험을 실시한 풍계리 현장은 북한의 핵 능력을 파악할 핵심 현장인데 시료 채취 등 없이 폭파해 폐쇄한다면 이는 ‘증거 인멸’이나 다름없다는 게 서방 핵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설
북한이 미국에 대해 심사가 뒤틀릴 때마다 한국에 분풀이를 하듯 위약(違約)하고 생떼 부리는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남북 관계 진전에 급급한 역대 정부가 받아주다 보니 한국을 막 대하는 태도가 고질병이 된 것이다. 이제 비핵화와 남북 관계의 진전을 위해서도 한국 정부가 당당하게 북한을 대해야 할 때다. 북한에 이번 일을 엄중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 다짐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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