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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비핵화 대화, 對北압박을 지렛대 삼아야

입력 2018-02-27 00:00업데이트 2018-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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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북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일행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하자 김영철은 “김정은 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지니고 있다”고 답했다. ‘핵보유국 인정’ 같은 전제조건도 붙이지 않았다고 한다. 김영철 일행은 어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의 오찬에서도 “우리는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고 말했다. 비핵화의 ‘ㅂ’자도 꺼내지 못하게 했던 북한이 대화에 긍정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비핵화 논의의 문을 열기 위한 첫발은 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그제 한 시간가량의 면담에서 원론적 차원의 비핵화를 말한 게 아니라 비핵화를 위한 방법론까지 제시했다고 한다. 어제 청와대 브리핑에 따르면 북측은 ‘진지하게 경청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북핵 동결을 비핵화 입구, 북핵 폐기를 출구로 두고 단계별로 보상을 제공하는 2단계 비핵화 해법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북한은 비핵화 입구를 여는 북-미 대화 개시단계부터 대북제재 해제와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과 맞바꾸자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대북제재는 북을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까지 견인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다. 이를 조기 해제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받아들여서도 안 되는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어제는 류옌둥(劉延東)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미국과 북한이 빨리 마주 앉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북-미 대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대화의 성공을 위해선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임하도록 강제할 기반이 더 중요하다. 북한은 2005년 9·19합의, 2007년 2·13합의, 2012년 2·29합의 등을 해놓고도 막판에 어깃장을 놓거나 도발 등으로 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리곤 했다. 그처럼 북이 협상 결과물을 파기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북을 견인하고 통제할 유일한 수단인 제재에 구멍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북한은 김여정 일행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만남에 동의했다가 면담 직전에 무산시켰으나 이번에는 비핵화를 언급했는데도 대화 용의를 분명히 했다. 대화에 나서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이는 사상 최대 강도로 구축된 대북제재의 힘이다. 이제 패럴림픽 폐막 때까지로 상정된 ‘휴전기간’에 남북의 비공개 접촉이 활성화되고, 대북 특사 파견 가능성도 커지는 등 긴박한 흐름이 예상된다. 취약한 대화의 불길을 살려 나가기 위해서는 국제제재라는 바람이 지속적으로 불어줘야 한다. 북한도 ‘대화→합의→도발→대화’라는 반복된 행태로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아야 고립무원의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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