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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국가안전大진단, 속도전 말고 ‘지구전’을

입력 2018-02-05 00:00업데이트 2018-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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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늘부터 3월 30일까지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건물 등 전국 29만8000여 곳을 대상으로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한다.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지난달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등 대형 참사가 잇따른 데 따른 것이다. 국가안전대진단은 세월호 참사 이듬해인 2015년 도입돼 올해가 네 번째다. 점검 후에도 참사를 막지 못하는 실효성 논란에 이번에는 점검자를 공개하는 ‘안전진단 실명제’를 도입했다.

전국 동시다발 점검으로 안전 경시 문화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는 필요하다. 그간 사소한 부주의를 외면하다 걷잡을 수 없는 재난으로 돌아오는 일이 숱했다. 소방청이 제천 참사 직후 전국 찜질방 6474곳을 대상으로 벌인 전수 점검에서도 3곳 중 1곳이 ‘소방안전 불량업소’로 평가됐다. 제천 참사의 피해를 키운 비상구 앞에 물건을 쌓아두는 행태도 여전했다. ‘나는 괜찮겠지’ 라는 안전불감증이 고질병처럼 뿌리 깊다는 얘기다.

다만 이번에도 수박 겉핥기식 점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휴일을 제외하면 37일 동안 30만 곳에 육박한 시설물을 점검한다. 하루에 8050곳꼴이다. 또 한정된 인력 탓에 정부가 20%인 약 6만 곳만 직접 챙긴다. 과거 대진단 때처럼 육안 점검으로 대강 마무리되지 않으려면 건물주 등 사회의 공동 노력이 중요하다. 지난해 ‘셀프 점검’ 당시 ‘이상 없음’으로 보고했다가 화를 부른 밀양 세종병원이 또다시 나와선 안 된다.

사설
대형 사고가 날 때마다 요란을 떨며 점검하고 땜질 처방을 내놓는 식으로는 ‘도돌이표 참사’를 막을 수 없다. 1973년 미국 정부의 화재 대책 보고서인 ‘아메리카 버닝 리포트’를 주목하길 바란다. 11년간 각종 화재로 14만3500명이 숨지자 2년여의 연구를 거쳐 내놓았다. 19장(章)의 보고서에는 학교, 국세청, 보험회사에 대한 주문까지 총 90개의 제안이 담겼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내실 있는 진단과 치밀한 대책이 있어야만 ‘안전한 대한민국’도 첫발을 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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