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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M&A 가로막는 법인세법 개정안 독소조항

입력 2017-11-30 00:00업데이트 2017-11-3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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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예산안 부수법안으로 지정된 정부의 법인세법 개정안에 인수합병(M&A)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논란이 됐던 세율 인상 외에 기업 합병·분할과 관련해 현실과 동떨어진 고용승계 요건이 추가된 것이다. 여야가 상임위에서 오늘까지 개정안의 독소조항을 털어내지 못할 경우 내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돼 정부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12월 2일) 내 표결 처리될 판이다.

현행 법인세법은 기업이 합병 또는 분할할 때 생기는 자산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납부를 자산을 팔 때까지 연기해주도록 돼 있다. 정부가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합병·분할 뒤 3년 동안 피합병 기업의 고용을 80% 이상 유지하지 못하면 법인세 납부 연기 혜택을 박탈하도록 했다. 신규 채용으로 고용이 늘더라도 기존 인력이 20% 이상 줄면 법인세가 추징된다.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이 인력 감축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밝힌다. 하지만 중견기업의 연평균 이직률이 25%, 비제조업의 경우 35%나 되는 것이 현실이다. 고용을 100% 승계하더라도 3년간 기존 고용을 80% 이상으로 유지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M&A에서 법인세 연기 혜택 여부는 기업 의사 결정의 중요한 요인이다. 이 혜택을 없애는 것은 사실상 M&A를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M&A를 통한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은 기업이 생존하고 발전하는 수단이다. 대기업이든 벤처기업이든 M&A로 규모를 키우거나 기술을 습득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정부의 과잉 규제로 M&A가 얼어붙으면 탈출구를 찾지 못한 기업들이 줄도산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자리를 지킨다는 고용승계 규제가 거꾸로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한국 경제의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을 공산이 크다.

사설
이미 법인세율 인상안은 법인세를 낮춰 기업의 투자를 유도한다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법인세율을 낮추거나 동결한 나라가 29개국이다. M&A 독소조항까지 포함된 법인세 개정안이 25개 예산부수법안 속에 얹혀 무더기로 ‘꼼수 통과’돼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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