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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사설]화약 몰래 버려 폭발사고 낸 軍, 당나라 군대냐

입력 2016-12-15 00:00업데이트 2016-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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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의 53사단 제7765부대 제2대대 예비군 훈련장에서 13일 소진 기간이 지난 훈련용 폭음통의 화약을 몰래 버렸다가 폭발하는 바람에 장병 10명이 발가락 절단, 고막 파열 같은 부상을 입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초 군 당국은 전투모형 시설물 안에 모아둔 화약이 원인 모를 점화원과 접촉하면서 폭발했다고 설명했다가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대대장이 폭음통의 소진을 지시하자 탄약반 소대장과 사병들이 이달 1일 1642개의 폭음통을 해체한 뒤 안에 있던 4.9kg의 화약을 길바닥에 뿌렸고, 이를 모르고 지나가던 병사들이 들고 있던 삽과 갈퀴로 바닥을 긁어 마찰을 일으키자 폭발했다는 게 정확한 사고 원인이라는 것이다.

 당일 예비군 훈련이 없어 더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나 대대장이 상식 밖의 지시를 한 것이나 전날 군 당국이 엉터리 발표를 한 까닭, 그리고 하루 만에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발표한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사고 원인 조사를 맡은 헌병대는 대대장이 폭음통 화약을 분리해 버리는 방식을 알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지휘관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까지 보였다. 사고 원인이 전혀 엉뚱한 데 있었던 것은 아닌지 추가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

 사고 원인 발표대로 탄약 검열에 대비해 일사천리로 화약을 폐기했다면 군에서 조직적으로 혈세 낭비가 자행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훈련 때 쓰지 못한 비품이 있다면 다음 해로 넘겨 계속 사용하는 게 정상일 것이다. 군 간부들이 장병들을 시켜 국민 세금으로 마련한 부대 비품을 눈속임으로 소진토록 하는 부대가 이곳뿐이겠는가.

사설
 내년 국방예산은 다른 분야보다 높은 4%대의 증가율을 보여 40조 원대를 넘어섰다. 국민이 다른 예산과 달리 국방비 증액에 별다른 토를 달지 않는 것은 국방력 강화와 병영 환경의 개선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군이 구시대적인 문화를 답습하면서 세금을 눈먼 돈쯤으로 여기는 행태를 근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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