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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사설]박근혜 대통령 탄핵 표결, 절차도 수습도 민주적이어야

입력 2016-12-09 00:00업데이트 2016-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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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의 날이다. 국회는 오늘 본회의를 열어 야 3당이 제출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한다. 새누리당 의원과 정세균 국회의장을 제외한 의원 171명이 3일 발의한 탄핵안은 어제 본회의에 보고돼 상정 절차를 마쳤다. 10월 25일 박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 관여를 인정한 뒤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갈수록 커지자 마침내 국회가 나선 것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에 이어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 대해 국회가 헌법을 침해한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헌정사의 불행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최순실이라는 사인(私人)에게 대통령 권한을 사유화하게 해 ‘박근혜·최순실 공동정권’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국민의 신임을 배신한 박 대통령이 정치적 심판을 자초한 것이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즉각 하야’부터 ‘거국내각 책임총리에게 전권 이양’ ‘4월 퇴임-6월 대선으로 질서 있는 퇴진’ 등 많은 정국 수습안이 나왔으나 모두 무산됐다. 즉각 하야는 박 대통령의 거부와 그 뒤에 닥칠 국가적 혼란 때문에, 나머지는 헌법에 근거하지 않은 이상론인 데다 정치권이 합의해낼 능력 부족 때문이다. 촛불민의에 따라 결국 헌법 절차인 탄핵열차에 올라탄 이상 오늘의 표결은 물론이고 이후 사태 수습도 헌법에 따라 민주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대통령 탄핵은 대통령이 임명한 내각에 대한 불신임이 포함된 것”이라며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체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우리 헌법에는 탄핵안이 가결되면 대통령의 권한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내려질 때까지 정지되고(65조 3항)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도록 규정돼 있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사실상 무정부 상태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문재인 전 대표가 조기 대선을 노려 ‘가결 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무책임하고 정략적이다. 이런 사람들이 좌지우지하는 당이 탄핵 표결 이후 정국을 주도할 야권의 제1당이라니 걱정이 앞선다.

 탄핵 투표가 부결되면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전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기로 결의한 것도 무책임한 ‘쇼’로 보인다. 표결을 앞두고 결기를 다지는 것이겠으나 국회의장이 사표를 수리해야만 사퇴가 가능해 실현 가능성도 거의 없다.

 어떤 경우에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양심과 자유의사에 따라 투표하는 원칙이 훼손돼선 안 된다. 일부 야당 의원이 투표지 인증샷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겠다는 것도,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가 반대표를 던지라며 비박(비박근혜)계를 압박하는 것도 온당치 못하다. 촛불시위를 주도해온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오늘 국회 경내 진입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 의장이 국회 경내 집회는 불허하되 국회 담벼락까지는 평화집회를 허용한 만큼 질서를 지켜주기 바란다.

 탄핵안이 부결되면 촛불이 불타오르고, 국민적인 저항에 부닥칠지 모른다. 국민은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국회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우리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대의민주주의다. 촛불집회가 ‘혁명’으로 불릴 정도로 힘이 있었던 것은 부상자, 연행자 한 명 없는 평화시위였기 때문이다. 미증유(未曾有)의 사태를 맞은 대한민국은 지금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의식을 발휘할 때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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