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공유하기
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하얼빈의 안중근 기념관은 韓中 협력의 결실

입력 2014-01-21 03:00업데이트 2014-01-21 16:25
읽기모드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안중근 의사(義士)가 1909년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중국 하얼빈 역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세워졌다. 그제 문을 연 기념관 정문의 시계는 안 의사가 이토를 저격한 시간인 오전 9시 30분에 멈춰 서 있다. 중국 측은 ‘역사의 현장’인 하얼빈 역 1번 플랫폼 위에 안 의사를 기리는 현판도 걸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중국 방문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하얼빈 의거 현장 바닥에 표지석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은 박 대통령이 요청한 표지석보다 격을 높여 별도의 기념관을 개설했다. 한국과 함께 일본 제국주의의 주요 피해국인 중국의 협조로 건립된 이 기념관은 한중(韓中) 우호와 협력을 상징하는 의미가 크다.

중국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과의 관계를 감안해 안 의사를 기념하는 사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사업가가 2006년 하얼빈 중심가의 쇼핑몰 정문 앞에 안 의사의 전신상을 세우자 강제 철거했다. 중국이 안 의사 기념관을 세운 것은 한국에 대한 배려와 함께, 침략과 가해(加害)의 역사를 겸허히 인정하지 않고 정당화하는 일본에 대한 경고의 뜻도 담고 있다.

일본의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어제 “안중근은 일본의 초대 총리를 살해, 사형 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는 폭언을 퍼부으며 기념관 개관을 비난했다. 스가 장관은 지난해 11월에도 “안중근은 범죄자”라고 강변한 적이 있다. 이토는 상당수 일본인에게는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정치인으로 평가받지만 한국인과 중국인들에게는 일제의 아시아 침략을 상징하는 존재다. 더구나 일본의 정부 수반인 아베 신조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戰犯) 14명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버젓이 참배했다. 이런 일본 정부가 안 의사 기념관에 시비를 거는 것은 가당치 않다.

최근 일본의 과거사 뒷걸음질은 세계 곳곳에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해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한 미국 하원의 결의안을 포함한 2014년 통합 세출법안에 서명했다. 일본이 과거 침략 역사에 눈을 감고 역사를 왜곡하면 할수록 국제사회에서 고립이 심해지고 이미지가 추락할 뿐이다.

일본의 역사 도발에 맞서 중국 미국 등 다른 나라들과 손잡고 일본을 압박하는 전략이 효과가 크다. 기념관 건립을 계기로 한중 공동으로 안 의사의 사형이 집행된 뤼순 감옥에서 유해를 발굴하는 사업을 벌여 나간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사설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