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공유하기
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제2의 경제도약’ 이루려면 이공계부터 살려야

입력 2014-01-09 03:00업데이트 2014-01-09 03:00
읽기모드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1966년 발족한 ‘단군 이래 최초의 현대식 연구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정관상 설립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1970년대 잇달아 문을 연 12개 과학기술 분야 국책연구소도 마찬가지다. 후진국에서 과학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려면 국가지도자가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건의를 박 전 대통령이 받아들인 결과물이다. 당시 정부는 해외에서 박사나 석사 학위를 딴 이공계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애국심에 호소했고 여러 가지 혜택도 아끼지 않았다. 조국의 부름에 응한 이들은 과학기술의 비약적 성장과 산업화에 크게 기여했다.

2000년대 들어 우수한 학생들이 기초과학이나 공학 같은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연구 인력을 대거 구조조정하면서 직업의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공직사회에서 이공계 전공자가 고위직으로 승진하기 어려운 현실도 한몫했다. 지난해 정부 부처의 고위 공무원 중 이공계 출신은 10.4%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과학기술과 이공계 인력을 중시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전자공학과 출신인 데다 이명박 정부 때 없어진 과학기술부를 확대·개편한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해 과학기술계의 기대는 컸다. 그러나 과학기술인 사기 진작이라는 대통령의 약속이 현실 정책과 겉돌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국과학상의 상금은 종전의 5000만 원에서 지난해 3000만 원으로 줄었고, 젊은과학자상 상금도 감소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압축적 성장을 이룬 한국경제는 이제 모방의 단계를 지나 창의성에 기반을 두는 새로운 산업구조로의 질적 변화가 절실하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꽃피우기 위해서도 과학기술 육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정부와 기업들은 이공계 전문 인력이 부족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대학생들에게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에만 몰리지 말고 수학 공학 과학을 전공하도록 유도하는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

이른바 ‘반값 등록금’ 논란 이후 상당수 대학이 장학금 지급을 늘리고 있다. 장학금 배정에서 전공별, 학과별로 기계적인 나눠주기를 할 게 아니라 우수한 이공계 학생들에게는 배정 비율을 대폭 높여 이공계 인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고위직에 이공계 출신의 비율을 늘릴 필요가 있다. 기업이 인사(人事)에서 이공계 출신을 배려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개발연대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은 국가지도자의 비전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관(官)이 주도해 주춧돌을 세웠고 민간으로 옮겨가면서 꽃을 피웠다. 이공계 육성 정책은 전쟁과 빈곤의 폐허 위에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제2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내려면 먼저 이공계부터 살려야 한다.

사설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