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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기고/박원화]과학이 정치에 휘둘리면 안된다

입력 2013-12-02 03:00업데이트 2013-12-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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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화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우주법박원화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우주법
국가 발전을 위한 과학의 육성과 지원은 정치 의지에 따라 좌우된다. 그러나 과학의 수준은 정치적 의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바로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2020년까지 달에 태극기가 펄럭이게 하겠다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관련 기관이 기존의 계획을 5년이나 앞당기는 계획을 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우리는 현재 우주활동을 위한 로켓발사 능력을 갖지 못한 채 나로호 발사를 위하여 1단 로켓은 러시아의 협조에 의존하면서 2009년부터 발사를 시도하여 세 번째인 금년 1월에야 발사에 성공하였다. 미국 등 그 어느 나라도 로켓기술 전수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약간의 융통성이 있어 보였던 러시아로부터 협조를 기대하였지만 결국 핵심기술인 1단 로켓기술은 전수받지 못했다.

달에 탐사선을 보내는 것은 로켓 발사능력을 구비하는 것 못지않은 과학기술을 요한다. 중국은 소련의 지원으로 1960년에 미사일 기술을 확보한 후 위성을 발사하는 데 10년이 걸렸고 수십 차례의 발사 경험을 바탕으로 2007년부터 달의 궤도를 도는 탐사위성을 두 차례 발사한 다음 금년에야 창어 3호라는 무인탐사선을 달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자체 발사기술도 없는 우리나라가 40년 이상의 발사 경험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 중국과 몇 년 차이만 두면서 달에 탐사선을 보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데 이 일을 담당하는 사람들만 모르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의 원래 계획은 달 궤도선을 2023년, 착륙선은 2025년까지 개발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고 그나마 이러한 계획이 실현된다면 대단한 쾌거이기 때문에 반신반의할 일인데 대통령 공약이라고 계획을 갑자기 5년이나 앞당기다니 과학기술이 정치적 구호를 따라가는 시녀인가? 마치 숭례문 부실 복구의 재판으로 작용할 것도 같은 형국이다. 숭례문 화재 후 역대 문화재청장이 완벽한 복구를 하겠다고 장담했지만 결과는 전통기술자 부족 등으로 다시 복구를 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

하나의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데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이를 규제 관리하는 전문 정부 부서가 없이 KARI 등의 이공계 인력의 계획에 의존하며 또는 KT라는 기업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그 결과 각기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우리의 상업통신방송위성인 무궁화 위성 2호와 3호를 KT가 외국 기업에 45억 원이라는 헐값에 매각했다. 정부예산으로 발사되어 가동 중인 7개 위성의 효용은 어떠한가. 과학자들과 기업에 거대 국가 이익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기획할 것을 주문하는 나라는 없으나 우리나라에서만 형식적인 상위 감독부서를 둔 채 사실상 이를 허용하는 상황이다. 전문적인 인력으로 충원되는 항공우주청이라는 규제 관청이 필요한 이유이다.

박원화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우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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