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스타일 매거진]“위스키도 순한 게 대세” 25도 vs 40도 “정통 스카치로 승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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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커진 위스키 업계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 있는 ‘메종 페르노리카’.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운영하는 이곳에서는 페르노리카의 다양한 위스키 제품들을 맛볼 수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제공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 있는 ‘메종 페르노리카’.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운영하는 이곳에서는 페르노리카의 다양한 위스키 제품들을 맛볼 수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제공
전 세계에서 초당 38병씩 팔리는 술이 있다. 바로 위스키다.

위스키의 본고장인 영국에서는 매년 자국의 위스키를 어느 나라가 가장 많이 사갔는지 통계를 발표한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위스키 시장 규모가 컸다. 그런데 2000년대 후반부터 한국의 위스키 시장이 비틀대기 시작했다.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2008년 이후 7년 연속 감소했다. 전년 대비 위스키 판매량은 2010년 1.4%, 2011년 4.8% 줄더니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11.4%, 12.8% 하락했다.

이랬던 위스키업계가 지난해 ‘변신’에 나섰다. 알코올 도수를 낮춘 저도(低度) 위스키를 잇달아 내놓은 것이다. 몇 년 전까지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위스키는 알코올 도수 40도 이상으로 영국 스카치위스키협회의 인증을 받은 ‘스카치 위스키’였다. 물론 알코올 도수 40도의 위스키 신제품도 여전히 새로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위스키 시장이 ‘저도주 위스키’와 ‘고도주 위스키’ 시장으로 나뉘면서 전체 산업 규모가 커지길 기대하고 있다.
20도대까지 떨어진 위스키

가장 먼저 저도주 위스키로 시장을 공략한 업체는 국내 업체인 골든블루다. 페르노리카, 디아지오코리아, 롯데주류 등도 저도주 제품을 잇달아 내놓았다.
롯데주류의 ‘블랙조커’
롯데주류의 ‘블랙조커’

위스키 업체 관계자는 “순한 위스키가 나오면서 위스키 시장이 되살아난 것 같다”며 “이를 교훈 삼아 업체들이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7월 초 롯데주류는 알코올 도수를 25도까지 낮춘 ‘블랙조커’ 마일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블랙조커는 1982년 롯데주조가 내놓은 위스키 ‘조우커’를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다. 블랙조커는 알코올 도수 25도 ‘블랙조커 마일드’와 30도 ‘블랙조커 클래식’ 등 2가지로 나왔다. 위스키 원액을 사용해 20도대의 위스키 관련 제품을 만든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용량은 375mL이며 출고 가격은 블랙조커 마일드가 9900원, 블랙 조커 클래식이 1만2870원이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가 올해 4월 내놓은 ‘그린자켓’은 내놓은 지 한 달 만에 10만 병이 팔렸다. 알코올 도수 36.5도의 이 제품은 캐나다산 원액을 사용한 위스키로 산딸기 등 과일향이 나며 달콤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12년산과 17년산 두 제품의 출고가(450mL)는 각각 2만6323원, 3만9985원.

김일주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는 “그린자켓은 저도 위스키이지만 숙성 연수를 표기한 것이 큰 차별점”이라며 “국내 시장에서의 좋은 반응을 토대로 중국, 동남아 등으로 판로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디아지오코리아의 ‘윈저 더블유’ 시리즈
디아지오코리아의 ‘윈저 더블유’ 시리즈

디아지오는 ‘윈저 더블유’ 시리즈를 내놓으며 저도주 위스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윈저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위스키 브랜드다. 디아지오는 지난해 3월 35도의 ‘윈저 더블유 아이스’(450mL·출고가 2만4530원)를 내놓은 데 이어 11월 같은 도수의 ‘윈저 더블유 레어’(450mL·3만8170원)를 선보였다. 윈저 더블유 아이스는 냉각 여과 공법으로 만들었다. 원료는 스카치위스키 원액이다. 솔잎과 대추 추출물, 말린 무화과 향을 첨가했다. 윈저 더블유 레어는 까다롭게 선택된 스카치위스키 원액으로 만들었으며 천연 대추 추출물과 참나무 향을 더했다. 두 제품은 모두 디아지오 이노베이션팀의 작품이다. 6번 이상의 소비자 조사와 2년의 개발 기간 끝에 탄생했다.

‘정통 위스키’도 죽지 않았다

순한 위스키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독한 위스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알코올 도수 40도 이상의 위스키 신제품이 나오는가 하면 흥행에 성공한 사례도 나왔다.

롯데주류의 ‘블랙 벨벳’
롯데주류의 ‘블랙 벨벳’
25도의 위스키를 시장에 낸 롯데주류는 이와 별도로 40도의 캐나다산 위스키 ‘블랙 벨벳 리저브’(750mL·출고가 3만1900원)를 올해 5월 말 선보였다. 업체 측은 “수제 오크통에서 숙성시켜 잘 익은 과일 향과 신선한 오크 향 등이 조화를 이루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페르노리카는 40도 이상의 위스키에 집중하고 있다. 저도주 열풍 속에서도 정통 스카치위스키로 승부한다는 계획이다.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임페리얼 네온’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임페리얼 네온’
페르노리카의 ‘임페리얼 네온’은 숙성된 위스키 원액 외에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은 알코올 도수 40도의 스카치위스키다. 달콤한 맛과 오렌지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10월 페르노리카가 처음 선보인 이 제품은 100일 만에 36만 병이 팔렸다. 올해 6월까지는 83만 병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450mL 용량의 이 제품 가격(대형마트 기준)은 2만5500원이다.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메종 페르노리카.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메종 페르노리카.

페르노리카 관계자는 “임페리얼 네온은 스코틀랜드의 물과 곡물을 통해 만들어진 원액을 사용해 만들었다”며 “진짜 위스키의 가치를 지닌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위스키#페르노리카#롯데주류#디아지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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