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선글라스, 멋으로만 낀다? … 자외선 무시하다간 광각막염 피해 우려

  • 입력 2015년 12월 16일 0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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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노출 반나절 지난 후 증상 나타나 바로 알아채기 어려워
겨울철, 스키장·등산 시 ‘설맹’ 주의

눈 건강을 생각한다면 여름은 물론 겨울에도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흔히 자외선은 피부의 적으로만 여겨지나 안구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김부기 온누리스마일안과 원장은 “빛은 각막, 수정체, 유리체를 거쳐서 망막에 이른다”며 “이때 자외선은 이들 기관을 통과하며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눈의 노화를 앞당기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외선을 장기간 받으면 안구건조, 안구충혈, 결막염 감염 위험이 높아지며 각막화상을 입을 우려가 있다”며 “정확한 인과관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백내장, 황반변성 가능성을 높이는 인자로 꼽히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눈은 신체 중 습도·온도 등에 민감한 기관으로 짧은 시간 일정량 이상 강한 자외선에 노출되면 각막화상으로 인한 ‘광각막염’이 나타날 수 있다. 광각막염은 각막 상피 세포에 일시적인 화상 증세가 나타나 염증을 유발한다.

화상을 입은 순간에는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지만 반나절 정도 지난 후 통증, 시야 흐려짐, 이물감, 시림 증상, 충혈 등이 동반된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물탱크를 점검하다 눈 화상을 입은 한 공무원은 우울증으로 자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자외선으로 눈이 상했다고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각막화상은 특별한 증상을 띠지 않고 즉각적이지 않아 햇빛으로 인해 눈을 다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각막화상은 빈번한 질환은 아니며 대개 병력청취로 진단된다”며 “햇빛에 손상된 눈은 당장 이상을 느끼지 못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각막염 증상과 유사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렇다보니 2차감염 등으로 악화된 후에야 병원을 찾게 된다. 김부기 원장은 “일상적인 빛에 노출되는 정도로 눈이 심한 손상을 입을 가능성은 낮은 게 사실”이라며 “다만 스키장이나 산을 등반하는 등 특수 상황에서는 충분히 나타날 수 있어 이들 레저스포츠를 즐길 때에는 선글라스를 착용해 광각막염 등을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령 스키장 등의 설경에 시선을 뺏겨 눈이 강한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각막에 화상을 입고 ‘설맹’(Snow blindness)이 발생할 수 있다. 일상에서도 하얀 눈과 빙판길은 자외선의 80%를 반사해 눈이 자외선에 이중 노출되기 십상이다.

등산할 경우 고도가 1000m 상승할 때마다 자외선에 대한 노출이 16%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의해야 한다. 보통 자외선에 노출된 후 약 6시간이 지나 증상이 나타난다. 선글라스는 흔히 여름철의 패션 아이템으로 여겨지나 겨울에도 챙길 필요가 있다.

김부기 원장은 “광각막염은 심한 경우 백내장, 녹내장 등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한다”며 “이들 질환은 자외선으로 발생할 수 있지만 발병 원인이 다양해 확실히 ‘햇빛 하나가 문제’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확실한 위험인자인 것은 맞다”며 “자외선 노출 정도가 높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백내장 환자의 연령이 어리고 정도가 심하거나, 야외활동이 많은 건설현장이나 어업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백내장의 발생 보고 나이가 젊은 것을 보면 유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선글라스의 경우 어른보다 자외선에 취약한 아이에게 더 필요하다. 어린이의 동공은 어른보다 더 크고 자외선을 흡수할 수 있는 각막이나 수정체 등이 더 맑고 투명하다. 따라서 자외선이 왔을 때 필터링할 수 있는 역할이 부족해 보호해 줄 필요가 있다.

선글라스를 고를 때에는 자외선 차단기능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 길거리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속칭 ‘패션 선글라스’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차단 기능이 거의 없어 ‘무늬만 선글라스’로 볼 수 있다.

김 원장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선글라스는 제품마다 UV 차단지수가 표기돼 있어 자외선을 얼마나 차단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며 “장난감 식으로 색만 들어있는 것은 차단효과가 미미하거나 아예 없어, 이런 경우 눈보호 효과를 기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보통 선글라스 렌즈 색상이 어두울수록 자외선 차단에 유리하다고 여기지만 렌즈 농도는 착용했을 때 눈이 희미하게 보이는 약 80% 정도 어두운 게 적당하다.

강수연 고려대 안암병원 안과 교수는 “햇빛에 오래 노출된 후 눈에 통증이나 충혈, 이물감이 발생했다면 즉시 정확한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며 “특히 황반변성·백내장·녹내장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는 데다 한번 진행되면 돌이키기 어려운 만큼 평소 눈을 보호하고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게 눈 질환을 조기 발견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40대 이후 중년층의 경우 6개월에 한번씩 검사받는 게 권장된다. 주로 안압검사와 시신경검사를 시행한다. 안압을 측정하는 것은 안압 변화 정도가 눈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압이 10~20㎜Hg 이내이면 정상이다.

강 교수는 “노안의 진행을 늦추려면 눈의 피로를 줄여야 한다”며 “지하철이나 버스처럼 흔들리는 대중교통에서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눈이 뻑뻑하거나 시리면 피로하다는 신호”라며 “이 때 눈을 잠시 감고 쉬거나, 잠시 먼 곳을 바라보거나, 인공눈물을 넣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취재 = 정희원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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