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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스포츠

다시 만난 ‘문애런’… 이젠 동업자

입력 2017-11-14 03:00업데이트 2019-12-1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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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선두질주 SK ‘환상 케미’
“다음 경기 수비 변화 포인트 잘 알겠지?” “네. 그럼요.” 4시즌간의 호흡으로 이제 눈빛만 봐도 서로 원하는 바를 알아챈다는 프로농구 최고 궁합 SK 문경은 감독(오른쪽)과 특급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가 8일 경기 용인 구단 체육관에서 팀 훈련을 마친 뒤 허심탄회하게 다음 경기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용인=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문애런.’

프로농구 팬들이 댓글 등에서 자주 쓰는 조어다. 13일 현재 11승 2패로 프로농구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인 SK 문경은 감독(46)에게는 씁쓸한 단어다. SK의 특급 장수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36)에게 문 감독이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다소 문 감독을 ‘평가절하’하는 의미로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국내 프로 감독이 외국인 선수와 마찰 없이 오랜 기간 안정적인 ‘결합’을 이룬 사례는 극히 드물다. 농구 철학의 공유와 인간적인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척 어려운 일이다.

○ 손가방 가득 채운 ‘헤인즈의, 헤인즈에 의한, 헤인즈를 위한’ 작전지

“헤인즈 맞춤 전술을 쓰고 지웠던 작전지만 해도 손가방 하나를 채울 정도입니다. 500장? 1000장?”

2012년 SK 감독이 되고 헤인즈를 선발하면서 문 감독은 ‘자나 깨나 헤인즈’ 연구를 했다. 훈련 과정에서 패턴 10개 중 8, 9개는 휴지통으로 들어갔지만 1, 2개만 건져도 신이 났다.

“은퇴 후 미국 대학농구를 보면서 구심점 선수 한 명을 축으로 나머지 선수들을 활발하게 바꿔가며 변화를 주는 농구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케빈 듀랜트(골든스테이트) 같은 선수를 데리고 팀을 이끌고 싶었는데 헤인즈가 왔죠. 전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문 감독은 헤인즈와 함께 2012∼2013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포함해 올 시즌까지 총 네 시즌 동안 129승을 합작했다. 그가 거둔 통산 191승 중 68%가 헤인즈와의 동업 작품이다.

“헤인즈를 중심으로 유재학 감독님(모비스)과 유도훈 감독님(전자랜드)의 ‘기계화 농구’를 벤치마킹했어요. 헤인즈로 인해 조직력이 좋아졌어요.”

○ ‘문애런’의 합작 연구는 현재 진행형

헤인즈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미국 어바인 전지훈련에서 ‘문애런’의 존재를 알았다. 헤인즈는 “식사 중에 감독님이 나를 보고 ‘문애런!’이라고 부르더라. 자초지종 얘기를 듣고 한바탕 웃었다. 감독님과 농구 철학, 스타일을 절묘하게 접목하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헤인즈는 “SK에 다시 와서 내가 고개만 돌려도 정확하게 자리를 잡는 최준용, 김민수, 최부경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이들은 공을 가지지 않을 때도 다음 나의 옵션을 늘 생각하면서 빈틈을 파고들고 속이는 동작을 쓴다”고 말했다.

‘문애런’ 합작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다. 헤인즈는 올 시즌 경기당 24.6득점(3위), 10.4리바운드(5위), 6.5도움(1위)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문 감독은 이제 헤인즈의 약점을 최소화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문 감독은 “특히 헤인즈가 막는 상대 ‘빅맨’ 수비를 다른 국내 선수들이 어떻게 도와주느냐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했다. 때로는 헤인즈의 빅맨 수비 시간을 최대한 줄여주기 위해 상대 가드를 먼저 막도록 하고 자연스럽게 빅맨에게 접근하는 식의 변칙을 가미하고 있다. 헤인즈는 “내 수비 연결 동작과 시야의 특징에 맞춰 수비 위치를 잡아준다. 이런 섬세함에 재미를 느낀다”며 웃었다.

“헤인즈를 만나서 전술과 선수 연구도 치밀하게 할 수 있게 됐고, 더 잘해야겠다는 오기도 생깁니다.”(문경은)

“문 감독과의 커뮤니케이션, 상호 작용 자체가 감동입니다.”(헤인즈)

‘문애런’ 사이의 ‘케미’, 화학적 결합은 무척 단단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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