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로보틱스’ 논문 공개
전문가들, 로봇기술 한계 강조… “시스템 안전성 아직 확보 못해”
“대체 어려워” 최종 응답 90%… 인간 보조-협업 역할에 무게
최근 고성능 휴머노이드가 연이어 출시됐지만 다수의 전문가는 현재 기술로 25년 내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어질리티로보틱스·피겨 AI·보스턴다이내믹스 제공
현대차그룹의 로봇 부문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는 19일 자사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무게 23kg의 작은 냉장고를 통째로 들어 책상 위로 능숙하게 옮기는 영상을 공개했다. 아틀라스는 시뮬레이션 기반 학습으로 강화돼 최대 45kg 물체까지 안정적으로 운반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자동차 생산 공장에 아틀라스를 2만5000대 이상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고성능 휴머노이드의 등장으로 로봇이 인간 노동력을 대체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제조 현장의 휴머노이드 투입을 거부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로봇 투입이 필연적으로 일자리 축소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휴머노이드를 둘러싼 기업과 노동자의 대립을 두고 로봇 전문가 대다수는 현재 기술 수준으로 미루어 볼 때 2050년까지 휴머노이드가 노동자 대다수를 대체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대체보다는 보조·협업·증강 역할이 현실적이라는 게 핵심 분석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는 전 세계 로봇 전문가 약 8000명이 참석한 ‘국제 지능형 로봇 및 시스템 학술대회(IROS) 2025’에서 열린 공개 토론을 바탕으로, ‘휴머노이드가 곧 인간 노동자 대다수를 대체할 것인가’란 주제에 대한 찬반 입장을 정리해 20일(현지 시간) 논문으로 공개했다. 여기서 ‘곧’은 25년 내로 정의됐다.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된 토론에는 박종우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를 포함한 로봇 연구자, 산업 전문가 11명이 참여했다. 토론 전 ‘휴머노이드가 25년 내 인간 노동자 대다수를 대체할 것이다’에 대한 찬반 현장 투표가 진행됐다. 응답자 80%가
반대 의견을 내놨다. 대다수가 휴머노이드의 25년 내 인간 노동자 대체가 어렵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셈이다.
반대 의견의 핵심 근거는 기술적 한계다. 현재 휴머노이드가 겉보기에는 매우 진보한 것 같지만 인간의 작업 환경에서 요구되는 신뢰성, 고장 대응, 안전성 등에서 아직 인간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노동 현장처럼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는 센서, 구동기, 알고리즘이 모두 완벽하게 맞물려야 하는데 시스템 전체의 안전성 확보가 매우 까다롭다는 설명이다. 학술대회 특성상 연구자들이 다수 참여하는 만큼 기술적 한계에 높은 잣대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로봇이 전체 고용을 줄이기보다 공급망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휴머노이드가 발전하더라도 사회적 상호작용·창의성·공감 같은 인간 노동의 핵심 요소를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함께 나왔다.
물론 대체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본 전문가들도 있다. 기술적 난제를 인정하면서도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하드웨어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25년이 충분히 긴 시간이라고 봤다. 휴머노이드가 꼭 인간 형태일 필요는 없고 인간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호환성만 있으면 된다고 보는 시각도 제시됐다. 인간이 기피하는 ‘힘든 노동’만 대신 맡고 인간은 ‘즐거운 일’을 하도록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토론 이후 투표 결과에서는 반대 측 응답자가 늘어 90%를 차지했다. 종합적으로 현재 휴머노이드가 실제 업무를 완전히 대체하는 수준의 성능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인간 노동자 보조·증강 및 협업이 현실적인 활용처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스테파노 푼토니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인간 심리학 관점에서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을 훼손하거나 어떤 서비스의 상징성을 없애는 장치에 저항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동화할 수 있을까’ 대신 ‘자동화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질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