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장르였던 ‘소울라이크’ 전 세계를 사로잡다[조영준의 게임 인더스트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8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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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게임이 있는데요. 일부러 게임을 힘들고, 어렵게 만들어 이용자들을 유혹하는 게임 장르가 있습니다. 이른바 ‘소울라이크’로 불리는 액션 RPG입니다. 게임을 클리어했을 때의 성취감이 여타 장르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에 큰 사랑을 받고 있죠,

‘소울라이크’ 장르는 흔히 어려운 게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나가다 만나는 졸개 수준의 몬스터와도 캐릭터의 목숨을 걸고 대결을 펼쳐야 할 정도이며, 보스 몬스터와 대결은 이걸 사람이 깨라고 만들어 놨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실수 한 번이면 게임 오버로 이어져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죠.

다크소울 프랜차이즈 (제공=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 코리아)
다크소울 프랜차이즈 (제공=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소울라이크’가 뭐지?
이러한 높은 난도라는 특징 때문에 최근 게이머들은 높은 난도를 가진 게임을 ‘소울라이크’ 장르로 부르기도 합니다. 어려운 게임이 나왔다면 그 게임과 제목과 소울이라는 단어를 합쳐 XX 소울이라고 부르면서 말이죠.

하지만 그저 단순히 게임이 어렵다고 ‘소울라이크’라고 부르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소울라이크’는 일본의 프롬소프트웨어가 선보인 ‘데몬즈소울’이나 ‘다크소울’과 닮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임들을 말합니다.

데몬즈소울 리메이크 (출처=게임동아)
데몬즈소울 리메이크 (출처=게임동아)
프롬소프트웨어는 ‘데몬즈소울’과 ‘다크소울’ 시리즈를 통해 장르의 기틀을 다지고 완성했습니다. ▲ 적을 처치 후 획득한 소울로 캐릭터 육성 ▲ 캐릭터 사망 시 사용하지 않고 가지고 있던 해당 소울의 손실 ▲행동에 따라 소모되는 스태미나 게이지를 활용한 체계적인 전투 ▲ 체크포인트에 가면 죽었던 적이 되살아나도록 세계 초기화 등의 특징을 갖추고 있죠. 이 주요 특징과 전투의 재미가 게이머들을 사로잡았습니다.

물론 ‘소울라이크’ 장르가 초창기부터 전 세계 게이머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것은 아닙니다. 입소문을 타고 마니아층이 즐기는 장르에 가까웠죠. ‘소울라이크’ 게임의 원조 격인 ‘데몬즈소울’은 2009년 등장해 약 1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워낙에 악명 높은 난도로 많은 선택을 받지는 못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소울라이크’라는 장르가 탄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됐죠.

대중화에 큰 영향을 준 ‘다크소울3’ (출처=게임동아)
대중화에 큰 영향을 준 ‘다크소울3’ (출처=게임동아)
본격적인 인기는 ‘다크소울’ 시리즈가 이끌었습니다. ‘다크소울’은 1편과 2편 그리고 3편을 모두 합쳐 지난 2020년 기준 누적 2,700만 장이라는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2016년 출시된 3편은 1,000만 장 이상 판매되며 대중화를 이끌었죠. 더 이상 마니아 장르라고 부르기가 힘들어질 정도가 됐습니다.

한국도 만든 ‘소울라이크’
‘다크소울’ 시리즈의 폭발적인 인기에 전 세계 개발사들은 앞다퉈 ‘소울라이크’ 게임들을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개발사들은 ‘다크소울’ 시리즈의 핵심 요소들을 적용해 다양한 게임의 개발에 돌입했습니다. 특히 ‘소울라이크’ 장르의 경우 대형 오픈 월드 게임과 달리 게임 속 세계가 크지 않아도 게임 디자인적 측면에서 많은 시도가 가능하고 전투의 재미로 승부를 볼 수 있어 소규모 개발사들도 ‘소울라이크’ 장르에 많이 도전했죠.

다만. 이후 나온 ‘소울라이크’ 장르 게임들은 프롬소프트웨어가 선보인 게임에 비해 완성도가 높지 못했고 그저 아류작에 불과한 게임이 많아 이용자들이 실망하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그런 가운데 요괴와 음양술 등 자신만의 독특한 색을 집어넣어 색다른 재미를 마련한 코에이의 인왕 시리즈가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2017년 출시한 ‘인왕’과 2020년 출시한 ‘인왕2’를 합쳐 700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했죠.

색다른 맛이 있는 ‘인왕’2 (출처=게임동아)
색다른 맛이 있는 ‘인왕’2 (출처=게임동아)
우리나라에서도 네오위즈가 글로벌 콘솔 게임 시장 공략 작품으로 ‘소울라이크’ 장르를 택했습니다. 네오위즈가 2023년 선보인 ‘P의 거짓’은 동화 피노키오를 각색한 내러티브와 ‘소울라이크’ 장르의 다양한 요소를 더해 출시 이후 100만 이상 판매량을 기록합니다. 게임은 2023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하며 인정받았습니다.

아울러 최근에는 액션스퀘어의 팀 마고가 선보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반 ‘킹덤: 왕가의 피’가 조선판 ‘소울라이크’를 외치며 등장하기도 했고, 국내 소규모 개발사인 트라이펄 게임즈는 소울라이크 액션 게임 V.E.D.A(베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연히 해외에서도 다양한 작품의 개발이 이어지고 있어, ‘소울라이크’ 장르의 팬이라면 심심할 틈이 크게 없으리라 봅니다.

네오위즈가 선보인 ‘P의 거짓’ (출처=게임동아)
네오위즈가 선보인 ‘P의 거짓’ (출처=게임동아)


소울라이크 끝판왕의 등장
본의 아니게 소울 시리즈가 ‘소울라이크’라는 장르로 자리 잡은 사이 프롬소트웨어도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닙니다. 2015년 소니와 협력해 ‘블러드본’이란 플레이스테이션 독점작품을 선보이며 750만 장 이상 판매했고, 기존의 ‘소울라이크’ 장르와는 다른 맛을 가진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를 2019년 출시해 누적 1,000만 장 이상 판매했죠.

여기에 지난 2022년에는 소울라이크 장르 끝판왕을 선보였습니다. ‘엘든 링’이 그 주인공으로, ‘소울라이크’ 장르임에도 거대한 오픈 월드를 구현해 기존의 소울라이크 장르를 압도하는 규모와 콘텐츠로 이용자를 사로잡았습니다. 23년 기준으로 2,0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소울 본가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줬죠. 이제는 ‘소울라이크’ 장르 게임이 전 세계 이용자를 사로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엘든 링: 황금 나무의 그림자’ 제공=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코리아)
‘엘든 링: 황금 나무의 그림자’ 제공=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코리아)
그리고 오는 6월에는 ‘엘든 링’의 확장팩인 ‘엘든 링: 황금 나무의 그림자’가 나옵니다. DLC임에도 게임 본편에 버금가는 가격이 책정됐을 정도로 다양한 콘텐츠가 선보여질 예정인데요. ‘소울라이크’ 장르가 또 한 번 전 세계 게이머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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