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과도한 불안 증상… 최대한 스스로 안심시켜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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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의 진단과 치료
두근거림-호흡 곤란 등 증상 다양
자율신경계 균형 깨진 현상일 뿐… 증상 극심해도 건강에 지장 없어
스스로 진정시키는 게 가장 중요… 약물-상담 등 상태에 맞는 치료를

“갑자기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이 엄습해 왔습니다.”

공황장애로 고생하는 사람이 흔히 말하는 증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7∼2021년, 5년간 공황장애 환자 수는 45%나 증가했다. 2021년 공황장애로 진단받은 환자 수는 약 20만 명. 숨겨진 환자는 더 많다. 공황장애는 나라를 막론하고 평균적으로 전인구의 4∼5% 정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인구 5000만 명을 기준으로 약 200만∼250만 명이 공황장애를 겪는다는 얘기다.

강은호 뉴욕정신건강의학의원 원장(전 삼성서울병원 교수)은 “공황장애는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 균형이 깨져서 생기는 것”이라면서 “이는 심한 스트레스, 성격적 특성, 성장 과정에서의 트라우마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관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 다양한 증상으로 진단이 어려워
공황장애는 △가슴 두근거림 또는 심장 박동 수의 증가 △발한 △몸이 떨리거나 후들거림 △숨이 가쁘거나 답답한 느낌 △질식할 것 같은 느낌 △흉통 또는 가슴 불편감 △스스로 통제할 수 없거나 미칠 것 같은 두려움 △죽을 것 같은 공포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다. 계속 지속되기도 하고 평생 한두 번 정도 공황 증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공황장애는 제대로 진단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이유는 증상이 다양해 진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황장애는 ‘급체’ 증상으로 나타나 내과에서 진료받기도 하고 돌발성 어지럼증으로 나타나 이비인후과에서 이석증으로 진단받는 경우도 있다.

이뿐 아니다. 가슴 두근거림 증상도 흔해 심장내과를 찾기도 하고 호흡곤란 때문에 천식으로 진단받기도 한다. 또 머리나 팔다리 쪽의 감각이상 증상 때문에 뇌혈관질환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이처럼 공황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까닭에 여러 과를 전전하거나, 공황 의심하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유받더라도 편견으로 인해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 증상 나타나도 하던 일 하는 것이 좋아
공황장애의 큰 특징은 드라마틱한 증상에도 불구하고 건강이나 생명에는 절대로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유하면 건물에 있는 화재경보기가 불필요하게 예민해진 상태다. 갑자기 경보기가 울리면 다들 놀랄 수도 있고, 실제 화재가 발생했는지 확인해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 불이 난 게 아니라 경보기가 예민해진 것이라는 게 확인되면, 거슬리긴 하지만 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가급적 신경 쓰지 않고 각자 하던 일을 할 것이다. 강 원장은 “공황장애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증상이 ‘오면 온다, 가면 간다’는 태도로 증상을 대하는 것”이라면서 “따라서 공황장애로 진단받는다고 해서 증상 조절을 위해 무조건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회피 행동이 동반되면 적극 치료 필요
하지만 회피 행동이 나타나거나 심해지는 경우는 예외다. 공황 증상이 일어난다는 이유로 마트에 가지 않거나, 대중교통이나 비행기를 안 타는 등의 회피 행동을 하는 것이다.

회피 행동이 많이 나타나면 오히려 공황장애 증상은 줄어들 수 있다. 공황이 생길 수 있는 상황 자체를 피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주객이 바뀌어 공황 증상 자체보다는 그 후유증이라고 볼 수 있는 회피 행동들 때문에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지게 된다.

이때는 공황 증상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오히려 약물 치료를 비롯한 여러 치료가 적극적으로 필요하다. 즉, 스스로 안심시키기 외에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인지행동 치료, 마음챙김 치료, 정신분석적 치료 같은 심리 치료들이 있다. 강 원장은 “다양한 심리 치료들은 약물 치료보다 좀 더 근본적인 부분까지 치료한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특히 심리적인 트라우마나 성장 과정에서의 트라우마가 공황장애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경우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정신분석적 심리 치료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강 원장은 “공황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관리를 잘하더라도 공황 증상은 어느 누구에게든 쉽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되 죽을 병이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공황장애#진단과 치료#적극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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