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2년 한국형 달 착륙선 만든다… 관건은 ‘역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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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조사 통과돼 5300억 원 투입
진공서 착륙해 속도 크게 줄여야
핵심 역추진 기술 국산화 하기로

한국형 달 착륙선 상상도. 실제 개발될 달 착륙선은 이 그림과 다를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형 달 착륙선 상상도. 실제 개발될 달 착륙선은 이 그림과 다를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형 달 착륙선’ 개발 사업이 지난달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내년부터 약 10년간 5300억 원이 투입된다. 2031년 검증선을 발사하고, 2032년 실제 탐사를 위한 착륙선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성공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임무가 지구에서 우주 공간까지 탑재체를 수송하는 것이라면, 달 착륙선은 우주 공간에서 달 표면까지 탐사 영역을 확대하는 역할이다. 우주 영역 개척을 위한 수송 능력 확보라는 점에서 우주발사체와 달 착륙선의 목표는 유사하지만, 제반 기술과 민간업체 참여 범위 등에서는 차이가 난다.

우주발사체는 지구의 중력을 이길 강력한 추력(推力)을 발생시키는 게 핵심이다. 착륙선은 반대로 ‘역추진’ 능력이 필요하다. 달은 지구와 달리 대기가 없어 떨어지는 물체가 계속해서 가속된다. 1.8t급 물체를 약 100km 고도에서 자유낙하시킬 경우 표면 근방에서의 속도가 지구에서는 시속 900km가량이지만, 달에서는 2100km에 이른다. 빠르게 추락하는 착륙선의 속도를 낮추기 위해선 떨어지는 중력 가속도의 반대 방향으로 힘이 작용해야 한다.

따라서 적절한 시점과 고도에서 속도를 낮추기 위해 언제 어느 강도로 역추진해야 하는지가 기술의 핵심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역추진 엔진 기술 개발은 해외에서 도입하는 것이 초기 계획이었지만, 예타 진행 과정에서 이를 국산화하는 것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1단 엔진의 역추진을 통해 재사용이 가능한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처럼 역추진 기술은 재사용 발사체 개발의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상의 각종 관제시설이 착륙을 돕는 지구와 달리 ‘미지의 세계’인 달은 착륙을 유도하고 보조할 지상 인프라가 없다. 착륙선이 스스로 장애물을 인지하고 회피하는 항법 시스템, 호버링(제자리 비행) 등도 안전한 착륙을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달 착륙선은 화성 등 ‘장기 탐사’를 염두에 두고 개발 중이다. 따라서 투입되는 연료도 우주발사체와 다르다. 달 착륙선은 연료로 모노메틸하이드라진(MMH)을, 산화제로 사산화이질소(N₂O₄)를 사용한다. 저장성이 높아 장기 탐사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연료소비효율(연비)이라고 할 수 있는 ‘비추력’이 좋은 것도 특징이다.

현재 누리호는 전체 체계 종합과 발사 운용 등을 민간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이전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누리호보다 성능이 개량된 차세대 발사체는 민간 기업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공동으로 설계하는 등 민간 기업 참여도가 높다. 하지만 달 착륙선은 전체 체계 기술을 민간으로 이전하는 계획은 마련돼 있지 않다. 민간 주도가 아닌 정부 주도로 개발된다는 의미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부품 조달 등에서는 민간 기업이 참여하겠지만, 개발 자체를 이전하는 플랜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주 탐사 분야는 발사체 분야와 달리 수익성 등은 상대적으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달 착륙선 예타 신청 시 로버를 비롯해 착륙선에 실릴 ‘과학 탑재체’도 개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1000억∼2000억 원 정도의 과학 탑재체 예산은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 과기정통부는 2025년 초까지 어떤 탑재체를 실을지 정한다는 계획이다. 해외의 과학 탑재체가 한국 달 착륙선에 실리는 국제 협력 가능성도 열려 있다. 과기정통부 측은 “내년에 마련될 구체적인 우주 탐사 로드맵을 수립하면서 어떤 과학 임무를 수행할지 선정한 후 탑재체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2032년#한국형 달 착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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