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 넓어지니 새 아이디어 번뜩… 더 멋진 발명품 만들게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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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수상자 日 과학문화탐방
새롭게 알게 된 과학기술 접목해… 자신의 발명품 발전시킬 계기로
친환경 수도꼭지-구조용 로봇 등… 현지서 다양한 아이디어 쏟아내

제44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수상자들이 일본 도쿄 TEPIA 첨단기술관 1층에서 해외 과학 문화 탐방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손인하 기자 cownina@donga.com
제44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수상자들이 일본 도쿄 TEPIA 첨단기술관 1층에서 해외 과학 문화 탐방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손인하 기자 cownina@donga.com
사람이 하루에 쓰는 물을 2L 생수병에 담는다면 몇 병이 필요할까. 2021년 서울 1인 가구의 하루 물 사용량은 264L였다. 생수 132병이다. 일본의 1인당 물 사용량도 유사한 수준이다. 일본 오사카 하수도 과학관의 전시 영상은 이렇게 물 과소비의 문제를 지적했다.

설명을 듣던 한서진 군(경북 경산과학고 2학년)은 골똘히 생각에 빠졌다. 수자원 순환시스템을 소개하는 전시물을 본 뒤 그는 집에서 하루 물 사용량을 정확히 확인할 방법을 떠올렸다. 그가 발명한 ‘실험실에서 쓰는 시약의 양을 정확히 관리하는 발명품’을 수도꼭지에 달면 되겠다는 아이디어였다. 한 군은 “시약의 양을 계산하는 센서를 수도꼭지에 달면 개인이 하루에 사용하는 물의 양을 확인할 수 있어 물 절약이 쉬워진다”며 “나아가 기후 변화를 늦추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 발명품이 시약의 양을 재는 데만 쓰이는 게 아쉬웠는데 다양한 방면에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동아일보와 국립중앙과학관이 공동 주관한 제44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수상자들이 6∼10일 일본 도쿄·오사카·교토를 다녀왔다. 이들은 ‘발명가’답게 과학문화탐방 일정 중에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1979년 제1회 대회부터 단독 후원하고 있는 hy(옛 한국야쿠르트)도 연수 행사에 함께했다.

● 자신의 발명품 개선할 아이디어 얻어

한 군의 시약 관리 발명품은 이번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한 군이 자신의 발명품을 다른 곳에 활용할 방안을 찾았다면 김동윤 군(전남과학고 2학년)은 발명의 허점을 보완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천문학자가 꿈인 김 군은 천체 망원경 직경 변환기를 발명했다. 제조사마다 접안렌즈의 직경이 달라 생기는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발명품이었다. 그는 천체 망원경의 경통과 모든 크기의 접안렌즈를 잇는 직경 변환기를 고안해 냈지만 하나 해결하지 못한 게 있었다. 직경 변환기의 접합부가 온도에 다소 약하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교토에 있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의 기념박물관에서 한 큐레이터가 설명을 하던 중 “세라믹은 온도에 강하다”는 말을 꺼냈다. 그때부터 김 군의 질문 공세가 시작됐다. 세라믹의 단가는 저렴한지, 세라믹은 몇 도까지 변하지 않는지 등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답변을 들은 김 군은 “직경 변환기의 접합부를 세라믹으로 코팅하면 외부 자극에도 변하지 않겠다”며 뿌듯해했다. 이어 “청소년 교육용 망원경의 직경 변환기를 세라믹으로 코팅한다면 비싼 망원경을 살 수 없는 학생들도 정밀하게 별이나 천체를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전시품 하나도 발명 아이디어의 원천

학생 발명가는 예리한 관찰력으로 관계자의 감탄을 부르기도 했다. 이민재 군(인천 신정초 5학년)은 도쿄 가와사키 로보스테이지의 휴머노이드 로봇 ‘카레이도’를 보고 다른 학생의 발명품과 융합시킬 아이디어를 냈다. 카레이도를 보자 이번 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구조용 들것’을 떠올린 것이다. 이 군은 “구조용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 들것을 들면 소방 구조대원들이 목숨을 걸고 현장에 투입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의사와 화상통화를 할 수 있는 기능을 로봇에 추가하면 구조와 동시에 응급 처치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가와사키 로보스테이지 관계자는 “카레이도는 지진과 같은 재난이 잦은 일본에서 피해자를 구출하기 위해 제작된 만큼 학생의 아이디어를 적용해 하루빨리 재난 구조 현장에 투입되면 좋을 것 같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학생들은 이번 해외 탐방을 계기로 발명품을 계속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로봇 프로그래머가 꿈인 윤성현 군(인천 부천중 3학년)은 “도쿄의 TEPIA 첨단기술관에서 본 커튼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어 “커튼 안에선 스피커 소리가 큰데 밖에선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면서 “이 커튼을 중환자실용으로 쓰되 인공지능(AI)으로 환자 맞춤형 음악을 제공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염하은 양(충남 아산 관대초 5학년)은 “물개 모양의 간병 로봇이 귀엽긴 하지만 아직 몇 가지 기능에만 한정돼 있다”면서 “로봇을 더 발전시켜 소외된 계층의 환자들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도쿄·오사카·교토=손인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wn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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