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랭크 하나로 코어 근육을 잡는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3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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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플랭크로 코어 근육 키우기

바닥에 팔꿈치를 댄 뒤 몸을 쭉 펴고 엎드리는 근육 운동인 플랭크(Plank)는 코어 근육을 키워 준다. 복직근과, 복횡근, 척추기립근 등 몸의 중심부를 감싸고 있는 코어 근육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코어 근육이 강해지면 척추와 골반을 안정적으로 지탱하고, 자세와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다른 운동을 할 때도 코어 근육이 필요하기 때문에 플랭크를 통해 전반적인 운동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

‘백전 노장’ 골프선수 베른하르트 랑거가 플랭크를 하고 있다. 그는 근력과 유연성 유지 차원에서 플랭크를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그 덕에 키 174cm인 랑거는 만 64세인 2023년 시즌에도 전성기 시절과 같은 몸무게 72kg을 유지하고 있다. PGA투어 유튜브 캡처.
플랭크는 별다른 기구나 도구 필요 없는 운동이다. 바닥에 엎드리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 또한 짧은 시간에도 많은 근육을 동원하고 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다. 저비용 고효율 운동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플랭크는 호흡과 순환계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플랭크를 하는 동안 깊은 호흡을 하면서 산소 공급량이 증가하고, 혈압과 심박수가 안정화된다. 이는 심신 건강과 체력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베른하르트 랑거(66·독일)도 플랭크로 체력을 다지고 있다. 랑거는 2023년 7월 3일 열린 미국 위스콘신주 스티븐스 포인트의 센트리월드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PGA 챔피언스투어 메이저대회 시니어 US오픈에서 최고령, 최다승 기록을 한꺼번에 갈아 치운 ‘살아 있는 전설’이다. 랑거는 당시 65세 10개월 5일로 자신이 갖고 있던 챔피언스투어 최고령 기록을 또 한 번 연장했다. 아울러 통산 46번째 우승으로 헤일 어윈(45승)을 넘어 챔피언스투어 최다승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랑거는 또 메이저대회 12번째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며 이 부문 최다 기록도 이어갔다.

베른하르트 랑거가 드라이브 샷을 하고 있다. 플랭크 운동으로 탄탄한 몸을 만든 그는 2023년 7월 3일 열린 미국 위스콘신주 스티븐스 포인트의 센트리월드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PGA 챔피언스투어 메이저대회 시니어 US오픈에서 최고령, 최다승 기록을 한꺼번에 갈아 치운 ‘살아 있는 전설’이다. AP 뉴시스.
‘백전노장’ 랑거의 체력 관리가 늘 관심사였고 그 비밀이 풀렸다. 랑거는 군복무 중이던 19세에 척추 골절상을 당한 뒤 디스크로 고생한 이후 50년 가까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피트니스 운동을 하고 있다. 근력과 유연성 유지를 위해서다. 젊은 사람들도 힘들어하는 플랭크가 랑거가 가장 사랑하는 운동 중 하나다. 다른 운동도 많이 하지만 플랭크 운동으로 코어를 잡아주고 있는 게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랑거는 플랭크를 매일 하고 있으며 변형 동작으로 다리를 하나씩 위로 들어올리기도 하고, 배 옆으로 끌어 올리기도 한다. 랑거는 “중요한 것은 플랭크를 하며 배와 등에 힘을 줘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럼 코어 근육이 탄탄하게 잡힌다”고 말했다. 키 174cm인 랑거는 골프 인생 내내 체중 72kg을 유지하고 있다. 랑거가 “여전히 비거리는 20, 30대 투어 선수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2019년 11월 2일 쓴 “‘다리 놓기 운동’ 플랭크…10분만 투자하면 새로운 세상 펼쳐진다”의 주인공 김영달 씨(86)는 플랭크 하나로 무너진 몸을 다시 되살렸다. 당시 84세였던 그는 한 때 마라톤 풀코스를 100회 이상 뛰었던 ‘강철 체력’을 자랑했지만 운동을 그만둔 뒤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다양한 방법을 연구한 끝에 플랭크를 시작해 하루 10분 플랭크 운동으로 탄탄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김영달 씨가 2019년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를 찾아 플랭크 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갑자기 무너진 체력을 하루 10분 플랭크 운동으로 다시 잡았다고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만 69세에 풀코스를 달린 뒤 그만뒀어요. 풀코스만 180회를 뛰었으니 이젠 됐다고 생각했죠. 75세까진 그 체력으로 버텼어요. 당시까지만 해도 젊은이들이 나를 보면 ‘어르신 걸음걸이도 좋고 건강하십니다’고 했죠. 그런데 그 이듬해인 76세 때 갑자기 낭떠러지로 떨어지듯 체력이 급격히 나빠졌어요.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참 혼란스러웠습니다.”

할 만큼 했으니 이제 여생을 즐기며 살자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 그는 “나이 먹는 것을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체력이 어느 순간 떨어지는데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급격히 떨어졌다. 체력이 떨어지다 보니 조금만 움직여도 어지럽고…. 불평불만에 짜증도 많았다”고 했다. 동네 뒷산은커녕 계단도 못 오를 정도였다.

김 씨는 다시 운동을 하려고 노력했다. 유튜브를 보고 좋다는 운동은 다 따라서 했다. 그런데 힘들어 제대로 따라서 하지 못했다. 근육을 키우는 게 좋다고 해서 보디빌딩 하는 친구들을 따라 하기도 했다. 일주일도 못 했다. 그러다 한 젊은 친구가 “어르신 운동은 종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꾸준하게 할 수 있는 게 좋습니다. 플랭크 한번 해 보세요”라고 했다. 플랭크는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전신을 지탱하는 운동. 몸통에 근육을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바로 따라서 해봤다.

2019년 당시 노익장 과시하는 김영달 씨. 그는 지금도 플랭크와 걷기로 건강한 노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3개월만 해보자고 시작했죠. 3개월 해보니 근육이 미세하게 생겼고 힘줄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계속하게 됐어요. 벌써 2년이 넘었죠. 이젠 계단도 맘 놓고 오릅니다. 4시간 동안 쉬지 않고 걸어도 끄떡없어요.”

김 씨는 몸으로 다리 놓듯 엎드려 있는 플랭크를 ‘다리 놓기 운동’으로 부른다. 그는 ‘하면 된다 다리 놓기 운동’이라며 나이 지긋한 남녀분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10분만 투자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며 설득한다. 김 씨는 매일 아침 플랭크 운동을 10분 하고 하루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엎드려서 2분, 그리고 옆으로 좌우 1분씩, 하루에 4분씩 운동했다.

“몇개월 전에 체력검사를 했는데 상체는 최상급, 하체는 상급, 그리고 중체는 중급으로 나왔어요. 플랭크를 5년 동안 열심히 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전에는 이렇다 할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저 제 느낌으로 플랭크가 매우 좋은 운동이라고 했었는데, 검사 결과를 보니 플랭크가 정말로 하기 쉽고 동시에 노력한 만큼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운동인 것 같습니다. 이제 다시 2분 동안 플랭크를 하는 것을 5분으로 늘려서 그리고 복근에 힘을 주며 할 계획입니다. ”

김 씨는 플랭크와 함께 걷기에도 집중하고 있다.
“얼마 전에 제가 살고 있는 ‘노인 단지(Senior Village)’에서 걷기 대회를 시작했습니다. 건강을 위해서 걷기를 장려하려고 시작한 것인데 60대를 중심으로 경쟁이 벌어졌어요. 거의 1000명이 참가해서 한 달 동안 누가 제일 많이 걷게 되는지 하는 것입니다. 저도 참가해서 천명 중에서 10등 안으로 마치고 싶어서 매일 거의 4만 보를 걷고 있습니다.”

2021년 9월 25일 환갑 넘어 보디빌딩대회 정상에… “나이 들수록 근육 키워야”의 주인공 조우순 보디빌딩 트레이너. 생업에서 은퇴한 그는 근육운동을 한 뒤 보디빌딩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조우순 트레이너 제공.
노인들에게도 근육 운동의 효과는 크다. 1990년 미국의사협회 저널(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90세 어르신들의 고강도 근육훈련(부제 골격에 미치는 효과)’가 발표된 이후 노인들도 근육운동을 하면 효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당시 JAMA에는 90세를 넘긴 남녀 9명을 대상으로 8주간 강도 높은 근력 훈련시켰다. 보스턴 소재 재활센터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대상이었고 몸이 좋지 않지만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을 선별해 실시했다. 그 결과 근력이 174%±31%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걸음걸이도 48%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에서는 저 강도보다는 고강도 근력훈련이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이 들수록 근육운동을 하면 몸을 젊어지게 만든다. 근육이 생기면 자세가 좋아진다. 걸음걸이도 똑바르게 된다. 근육은 성호르몬을 활성화시킨다. 성장호르몬도 배출한다. 몸을 젊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근육이 붙어 힘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심리적 자신감도 함께 따라온다. 나이 들면서 근육운동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이유다. 플랭크 하나로도 충분히 코어 근육을 잡을 수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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