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찾아오는 두통, 약에만 의존했다간 더 나빠질 수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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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신경과의원 조형인 원장 인터뷰
갑자기 아프거나 반복된다면 병원 직접 찾아 검사해봐야
열흘 이상 진통제 복용 시 새로운 두통 유발할 수도
3개월 넘는 만성두통의 경우 주사-전기치료로 호전 가능



이태규 신경과의원의 조형인 신경과 원장이 진료실에서 두통의 다양한 원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 원장은 평소와 다른 양상으로 두통이 생긴다면 한번쯤 진료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이태규 신경과의원의 조형인 신경과 원장이 진료실에서 두통의 다양한 원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 원장은 평소와 다른 양상으로 두통이 생긴다면 한번쯤 진료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머리가 지근지근 아파요.”

수시로 찾아오는 두통은 흔히 약국에서 진통제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떤 두통의 경우에는 병원에서 원인을 찾아야 해결된다. 자칫 두통을 방치하면 치료가 쉽지 않는 만성두통으로 갈 수도 있고, 우리가 평소 복용하는 약물이 오히려 두통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태규 신경과의원의 조형인 원장과 함께 우리가 잘 몰랐던 두통의 치료와 예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두통 시 병원에 꼭 방문해야 되는 경우는…

“자주 발생하지 않고 심하게 아프지 않고 단순진통제를 복용하면 호전되는 두통은 경과 관찰이 가능하다. 하지만 두통 양상이 자주 반복되는 경우 한 번쯤은 뇌의 구조적인 문제가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두통이 처음 시작하거나 △갑자기 심한 두통이 시작하거나 △두통이 점차 악화되거나 △평소에 두통이 있었더라도 짧은 시일에 두통 빈도가 잦아지면서 강도가 심해지거나 △두통의 양상이 이전과 다르게 변한 경우 등은 병원에서 확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50세 이상의 성인, 암환자, 면역억제상태 환자, 또는 임신부에게 새로 두통이 발생한 경우에도 병원을 찾는 게 좋다.”

―다른 질환으로 인해 두통이 생길 수도 있을까.

“물론 그럴 수 있다. 특히 열이나 목 경직 등 수막자극징후가 동반될 경우에는 뇌염 등을 감별해야 한다. 운동 중이나 성교, 코를 세게 풀거나 배변 시 힘을 많이 주는 행동에 의해 발생하거나 악화되는 두통일 때는 뇌출혈, 뇌혈관 박리 등의 원인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의식 소실이나 간질 발작이 동반된 경우도 확인이 필요하다. 특히 안구 주위나 머리에서 잡음이 들리는 경우에도 뇌의 구조적 질환이 없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 두통약이 두통을 부르게 되나.


“두통 중에는 실제 ‘약물 과용 두통’이라는 게 있다. 두통이 있는 환자가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약물 과용에 따라 기존 두통이 악화되면서 새로운 두통 질환이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본인이 복용하는 약과 복용 날짜를 따져보면 약물과용 두통 여부를 알 수 있다. 약 종류별로 기준을 살펴보면 아세트아미노펜(AAP)처럼 한 가지 성분으로 된 단순 진통제인 경우 한 달에 15일 이상, AAP와 카페인 등 여러 성분이 들어간 복합진통제인 경우 한 달에 10일 이상, 편두통 특이약물(트립탄)의 경우 한 달에 10일 이상 복용할 때 해당된다.”

―약물 과용 두통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복용하는 약을 중단하고 다른 예방약을 시도해야 한다. 비약물적 인지행동치료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약을 중단하는 경우 40∼90%에서 두통이 낫는다. 약에 대한 의존성을 개선하고 빈도를 줄여 나가야 한다. 중단 기간은 최소 2주에서 길게는 2개월 정도다. 두통 일기를 쓰고, 정기적 진료를 받아 증상에 효과적인 약제를 찾아야 한다. 진통제는 한도 내로 처방을 받으면서 카페인을 감량하고, 예방치료를 함께 하면 두통을 줄일 수 있다.”

―두통을 줄이는 예방치료도 있을까.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두통일 때는 약, 주사요법, 전기자극 등을 시도해야 한다. 약으로는 항경련제, 혈압약, 항우울제 등을 처방할 수 있다. 약효가 나타나는 데는 몇 주 이상 걸릴 수 있다. 주사제로는 보톡스 주사와 항CGRP 치료제 주사가 있다. 보톡스는 매일 먹어야 하는 약과는 달리 주사 한 번으로 3개월 정도 장기 효과를 볼 수 있다. CGRP는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로 편두통을 유발하는 주요 신경전달 물질 중 하나다. 이 신경전달 물질을 차단하는 항CGRP 치료제 주사는 한 달에 1회 주사를 맞는데 비교적 효과가 좋다. 전기자극치료는 이마 중앙부위에 20분 정도 전기자극을 주는 것으로 주로 편두통을 예방하는데 사용된다.”

―두통의 악화 또는 두통을 예방하는 방법은…

“두통의 유발 인자를 피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유발인자로는 흔히 알고 있는 스트레스, 피로 등이 있다. 날씨와 온도 변화도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수면부족이나 주말 늦잠과 낮잠 등 과도한 수면도 두통을 유발한다. 여성인 경우 폐경, 월경, 배란과 같은 호르몬 변화에 의해 유발될 수 있으며 피임약, 협심증약 등과 같은 약에 의해서도 유발될 수 있다. 소음이나 밝은 빛에 노출되는 경우, 금식을 하는 경우, 소시지 훈제 식품, 피클 절임 식품, 초콜릿, 치즈, 와인, 조미료, 카페인, 바나나 등 특정 음식에 의해서도 유발될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의 식습관을 챙겨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적절한 수면, 규칙적인 운동, 규칙적인 식습관이 두통 해결에 가장 중요한 생활습관이 되겠다.”

―두통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운동법을 알려 달라.

“두통 예방에 좋은 스트레칭으로 목을 좌우로 5초간 버티며 돌리기나, 손을 뒤로 뻗어서 목을 뒤로 쭉 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팔을 맞잡고 위로 뻗은 뒤 뒤로 돌리기를 수시로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손은 왼쪽, 머리는 오른쪽으로 힘을 주고 밀어서 5∼10초 정도 아프지 않을 정도 버티는 게 좋다. 이때 반대쪽과 앞과 뒤쪽으로도 마찬가지로 해준다.”

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학#두통#신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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