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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IT/의학

태양 닮은 미래에너지 ‘핵융합’, 전세계 상용화 연구 불붙었다

입력 2021-12-03 03:00업데이트 2021-12-0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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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에너지로 전기 만드는 기술, 탄소중립 시대 대안 에너지로 주목
한국, 초고온 플라스마 30초 성공
현재 핵융합 반응 연구 앞서있지만 실증로-상용로 구축 등 숙제 많아
영국-일본-중국 등 수천억원 투자… 첨단 연구단지 설립 등 인프라 확대
올해 이온 온도 1억 도의 초고온 플라스마 30초 유지에 성공한 한국의 인공태양 ‘KSTAR’.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핵융합에너지는 태양에너지의 원리인 핵융합 반응에서 얻은 에너지로, 탄소중립을 구현할 미래 에너지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핵융합 연구는 핵융합 현상을 안정적으로 구현하고 유지하는 기초 연구를 넘어 실제 에너지를 얻어내기 위한 연구로 확대되고 있다. 태양과는 환경이 전혀 다른 지구상에서 핵융합을 실현해 전력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 연구가 속속 착수되고 있다.

○한국, 초고온 플라스마 유지 기록 경신… 실증로 연구도 시동


2일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한국형초전도핵융합장치(KSTAR)가 세계 최초로 섭씨 1억 도의 초고온 플라스마(고체 액체 기체를 넘어선 제4의 물질상태)를 30초 동안 유지하며 최장시간 운전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

2007년 국내 기술로 완성한 KSTAR는 2018년 플라스마 이온 온도 1억 도에 도달했다. 지난해엔 세계 최초로 20초 연속 운전에 성공했고, 올해 이를 10초 더 늘린 것이다. 2026년까지 궁극적으로 핵융합에너지를 내는 데 최소 조건인 초고온 플라스마 유지 300초를 달성할 계획이다.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합쳐져 더 무거운 원자핵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줄어든 질량만큼 중성자가 튀어나오는데 이때 중성자가 갖고 있는 엄청난 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해 터빈을 돌려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게 핵융합 발전의 원리다.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려면 1억 도 이상 초고온 상태의 플라스마(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이온 상태)가 필요하다.

태양은 자체 질량과 중력으로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를 스스로 만들지만 지구에서는 1억 도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토카막’으로 불리는 도넛 형태의 핵융합 장치 안에 강력한 자기장을 내는 초전도 자석을 설치해 초고온 플라스마를 가두는 방식이 주로 활용된다.

핵융합 연구에 집중하기 위한 조직 구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부설연구소인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 지난해 11월 독립 기관으로 승격했다. 이어 향후 실증로 건설에 필요한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핵융합공학연구본부’를 지난해 말 공식 출범시켰다.

핵융합공학연구본부는 핵융합 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하고 핵융합 재료인 삼중수소를 생성하기 위한 ‘증식 블랭킷’ 연구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핵융합 반응에서 나오는 중성자의 에너지로는 바로 전기에너지를 만들 수 없다. 중성자의 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해 물을 끓여 증기로 터빈을 돌려야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증식 블랭킷은 핵융합 에너지의 열에너지 변환과 중성자를 이용한 핵융합 연료인 삼중수소를 생산한다. 핵융합 실증로와 상용로 건설에 필수적인 공학 기술인 셈이다.

조승연 핵융합공학연구본부장은 “한국은 KSTAR를 활용한 핵융합 반응 연구에서 앞서 있지만 실증로와 상용로 구축을 위한 공학적 연구나 중성자의 에너지를 견디는 핵융합 재료 연구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현재 증식 블랭킷과 핵융합 재료, 디지털 트윈(현실의 실제 사물을 가상세계에 동일하게 구현하는 것) 기술을 활용한 가상 시뮬레이션 연구, 핵융합 실증로 설계 연구 등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도 핵융합 에너지 청사진 속속 선보여


세계 각국도 핵융합 연구 및 실증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거액을 투자하며 관심을 끈 캐나다의 핵융합 발전 스타트업인 ‘제너럴 퓨전’은 영국에 핵융합 실증 시설 건설에 내년 착수해 2025년 가동할 계획을 내놨다. 영국원자력청(UKAEA)은 핵융합 발전 실증을 위한 ‘프로토타입’ 발전시설 건설 후보지를 2022년 말까지 최종 선정하고 2040년대 초반에 핵융합 발전소를 가동할 계획을 최근 공개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조지 프리먼 영국 과학연구혁신 장관은 “핵융합 에너지는 신뢰할 수 없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혁신적이고 무한한 에너지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영국이 최초의 핵융합 발전소를 구축해 핵융합 분야 전 세계 리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그동안 핵융합 연구 프로그램에 2억2200만 파운드(약 3400억 원)를 투자했으며 영국 옥스퍼드 인근 컬럼 사이언스센터 소재 핵융합 설비 구축에 1억8400만 파운드(약 2800억 원)를 추가로 투자했다. 컬럼 사이언스센터에는 UKAEA가 운영하는 현존 최대 규모의 핵융합 연구장치 ‘제트(JET)’가 있다.

중국도 핵융합 상용화 설비 연구를 위한 첨단 연구단지를 2018년 착공했고, 일본도 2030년대 핵융합 실증로 설계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조 본부장은 “영국과 이탈리아 등이 증식 블랭킷 분야를 주도하고 있으며 중국은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가장 공격적으로 핵융합과 실증로 연구를 하고 있다”며 “한국도 KSTAR의 성과에 그치지 않고 증식 블랭킷과 핵융합 재료 표준화 연구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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