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로스쿨 관두고 ‘창업 삼수’… 4050 패션앱으로 성공

신동진 기자 입력 2021-06-22 03:00수정 2021-06-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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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랩스’ 최희민-홍주영 공동대표
‘2전 3기’ 창업에 성공한 라포랩스 공동창업가 최희민(왼쪽), 홍주영 대표는 “토스, 하이퍼커넥트에서 배운 영업·개발·투자 노하우를 창업에 그대로 접목했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대로 창업하면 또 망한다. 부족한 실력부터 보충해오자.”

4050 여성 패션 애플리케이션(앱) ‘퀸잇’을 운영하는 라포랩스의 공동창업자 최희민(32) 홍주영 대표(32)는 20대 시절 두 차례 창업에서 쓴 맛을 본 뒤 스타트업 취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독학으로 삼수(三修)하기보다 각자 비바리퍼블리카(토스), 하이퍼커넥트 등 실력이 검증된 스타트업에서 노하우를 배워오는 게 성공확률을 더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4년 만인 재창업한 라포랩스는 지난달 소프트뱅크벤처스 카카오벤처스 등 유명 벤처캐피털(VC)들로부터 “더 투자하고 싶다”는 역제안을 받으며 당초 목표액의 3배인 55억 원을 수혈받았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고객 일변도의 창업 트렌드와 달리 틈새시장인 중장년 패션족을 겨냥해 매월 거래액이 240%씩 뛰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조(兆) 단위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이 늘면서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잭팟과 유사창업 노하우로 무장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기업) 키즈’들의 창업 성공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라포랩스 사무실에서 만난 두 대표는 “스타트업에서 모의 사업 경험을 쌓은 직원들이 창업 전선에 나서는 선순환이 늘고 있다”며 “창업사관학교(스타트업)에서 ‘문송(문과라서 죄송)’도 미니 최고경영자(CEO)처럼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내 회의에선 경영 노하우를 배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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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랩스는 올해 초 VC 심사때 ‘망해도 다시 창업할 팀’이라고 평가받았다. 서울대 경영학과 동기동창인 두 사람은 대학시절인 2011년 경제뉴스 요약 서비스로 10만 명의 회원을 확보했지만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사업을 접었다. 졸업 후 각각 SK텔레콤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갔지만 창업의 꿈을 놓지 못하고 2년도 안돼 그만뒀다. 2015년 온라인 식물 판매로 재도전했다가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으로 화초 시장이 위축되며 또다시 폐업했다.

이들은 유니콘 기업에 들어가 창업의 A부터 Z를 다시 익혔다. 성공한 서비스의 기획·출시를 반복하며 시장 탐색은 물론 직원 관리 및 투자 스케일업 과정을 하나씩 체득했다. 퇴사 후 3번째 창업을 고민할 때도 토스, 아자르처럼 ‘강한 니즈(수요)+좋은 앱=대박’의 킬러앱 방정식을 적용했다. 연간 거래액이 5조 원이 넘고 이중 절반 이상이 모바일 결제인 홈쇼핑 통계를 연구하며 시니어 모바일 시장에 시선이 꽂혔다. 홍 대표는 “퀸잇 출시 전 중장년층 300명을 인터뷰하면서 스마트폰을 잘 쓰고 구매력이 크지만 전용 앱은 없는 4050 여성복으로 범위를 좁혔다”고 말했다.

시장조사를 마친 뒤에도 매주 2, 3명 씩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며 ‘어머니 취향’을 저격하는 앱을 만들었다. 한 화면에 6개 넘는 상품을 보여주는 다른 앱과 달리 상품 1개만 보여주고 대신 가격, 할인율을 큰 글씨로 썼다. 클릭률, 구매전환율에 따라 상품 노출 순위를 바꾸거나 사이즈를 입력하면 비슷한 체격의 유저 리뷰를 보여주는 데이터 기술로 패션 문외한인 약점을 보완했다.

폐업 경험도 재창업의 자양분이 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폐업 이력이 있는 재창업자를 돕는 ‘재도전성공패키지’에 선정돼 5000만 원을 지원받은 것. 퀸잇을 출시하기 4개월 전 시니어 동네모임 서비스를 먼저 테스트하느라 초기 자금을 다 써가던 시점이었다. 최 대표는 “예전보다 1억 안팎의 초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엔젤 투자는 많아졌지만 마의구간인 10억 원대 투자자들은 여전히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라포랩스에도 후배 창업 지망생들이 많이 몰리고 있다. 두 대표는 바로 창업하기보다 1, 2년이라도 스타트업에서 먼저 일해 본 뒤 창업할 것을 권유한다. 최 대표는 “스타트업에서 실리콘밸리 식 창업 문화를 배우고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으로 사업자금도 마련하는 새로운 창업 루트가 등장하고 있다”고 했다. 홍 대표는 “혼자 창업할 땐 알 수 없는 ‘언제 어떻게 투자받을지’를 학습하면서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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