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은 중국 것” 황당 주장하며 한국 서비스 돌연 중단한 中 게임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6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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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국 게임회사가 한복 아이템을 출시했다가 ‘한복은 중국의상’이라는 중국 누리꾼들의 비판에 돌연 한국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한복은 한국 고유의 복식’이라고 지적한 국내 이용자들에 대해 “중국을 모욕했다”며 비난하기까지 해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 게임회사 페이퍼게임즈는 5일 한국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샤이닝니키의 국내 서비스 중단을 안내했다. 지난달 29일 한국어판 서비스를 내놓은 지 불과 일주일만이다. 샤이닝니키는 다양한 형태의 의복을 구매해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는 모바일 게임이다.

페이퍼게임즈가 샤이닝니키 한국어 서비스 개시에 맞춰 한복 아이템을 내놓으면서 사태가 시작됐다. 회사 측은 한복 아이템을 국내 이용자들은 물론 해외 서버에 소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한 중국 누리꾼을 중심으로 “한복은 중국 명나라 시대의 전통 의상이다”, “중국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옷이니 중국 것이다” 등의 항의가 이어졌다.

회사 측은 4일 “불미스러운 논란이 일어났다”며 한복 아이템을 돌연 삭제했다. 페이퍼게임즈는 4일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를 통해서도 “중국 전통 문화를 존중하고 아껴나갈 것이며, 국가의 존엄성도 지키겠다”고 알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국내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한복이 중국의 것이라는 잘못된 주장을 게임사가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에 회사 측은 5일 추가 공지를 통해 “중국 기업으로서 항상 조국(중국)과 일치한다. 이용자들이 중국을 모욕하는 언행을 쏟아내면서 한계를 넘었다. 국가(중국)의 존엄성을 수호한다”며 아예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 안내문에는 중국 공산단 청년조직 공청단중앙이 게시한 ‘한복(漢服·중국 한족 복장)이 한복(韓服)이 한복에서 왔다고? 웃기는 소리’라는 제목의 글도 첨부했다. 이 글은 한복 등 조선의 복식은 중국 명나라 등에서 유래했으므로 중국의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일각에선 한복 등 한국의 고유문화를 중국의 것으로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 내에선 아리랑, 김치 등에 대해서도 중국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중국의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 방영된 중국 드라마에서는 중국을 배경으로 한 등장인물들이 조선시대 복식인 망건과 갓을 착용하고 나오자 국내 누리꾼들이 “중국의 한복 뺐기가 시작됐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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