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소음은 괜찮다? 카페-식당 소음도 오래 들으면 청력 약해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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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수면장애-집중력저하 등 유발
소음 75dB 넘으면 대화 어렵고, 장시간 노출시 청력손실 위험도
공간의 울림 잡는 ‘흡음’ 중요…커튼 달거나 카펫 깔면 도움

서울 시내의 한 카페. 50평 정도 되는 공간에 3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곳의 소음도는 평균76데시벨, 울림은 75데시벨 정도였다. 소음도 최대치는 80데시벨까지 측정됐다. 80데시벨은 지하철 소리와맞먹는 소음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동아일보DB
서울 시내의 한 카페. 50평 정도 되는 공간에 3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곳의 소음도는 평균76데시벨, 울림은 75데시벨 정도였다. 소음도 최대치는 80데시벨까지 측정됐다. 80데시벨은 지하철 소리와맞먹는 소음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동아일보DB
카페의 백색소음이 집중력을 높여준다고 해서 일부로 찾아가 책을 보거나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실내 소음이 80dB(데시벨)을 넘으면 오히려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된다.

지인들과의 저녁식사 자리.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는데 이상하게 몸이 피곤하고 목소리가 쉬어 있는 때가 있다. 심하면 두통을 느끼기도 한다. 식당과 카페의 소란한 소음은 대화를 방해하고 몸을 피곤하게 한다.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긴 시간 소음에 노출되면 귀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큰 소리에 자극을 받으면 외림프 누공에 의한 어지럼증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음은 가볍게는 수면장애, 집중력 저하, 말초혈관 수축부터 심한 경우 청력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식당-술집 소음, 지하철 소리와 맞먹어


사람 많고 시끄러운 식당 안. 식기 부딪치는 소리와 왁자지껄한 말소리, 그 사이를 분주하게 움직이는 종업원은 주방까지 목소리가 닿지 않을까 큰 소리를 지르며 주문을 넣는다. 식당 안 사람들은 다들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상대의 말을 들으려고 애쓴다. 대화가 더 이상은 어렵다고 느낀 몇몇 사람들은 음식만 대충 먹고 서둘러 자리를 뜬다.

청력이 온전한 사람도 사람이 많고 시끄러운 환경은 괴롭다. 문제는 사람들이 식당 소음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으레 식당과 카페는 시끄러운 곳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카페처럼 장시간 머무는 곳에서의 큰 소음은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7년 미국 음향학회에서 발표한 ‘대중음식점과 바의 소음 수준 분석’ 자료에 따르면 시내 2375개의 식당과 술집의 소음을 측정한 결과 71%가 ‘시끄러움’ 이상으로 측정됐다. 술집은 90%가 시끄러움 이상으로 분류됐으며 ‘조용함’은 2%에 불과했다. 시끄러움 이상으로 측정된 식당 중 31%는 81데시벨 이상의 소음이 발생했다. 80데시벨은 지하철 소리와 맞먹는다.

실내 소음이 75데시벨을 넘어가면 대화가 어려워지고 장시간 노출 시 귀 건강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75데시벨은 시끄러운 도로변의 소음 정도다. 청력 손실 위험이 있는 수준의 소음 안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최 교수는 “정상인이 70데시벨 정도의 소음에 노출되더라도 소음성 난청을 유발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유전적 요인이 있다면 75데시벨 정도에서도 난청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환경보호청과 세계보건기구에서는 70데시벨 이상의 소음은 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타일-시멘트 등 단단한 소재 소음 데시벨 높여

카페나 식당의 소음은 공간의 울림(잔향음)이 결정한다. 잔향음은 소리가 공간 안에 남아서 다시 들리는 것을 말한다. 잔향음이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소음 데시벨도 높아진다. 공간의 울림을 잡아주는 ‘흡음’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요즘 카페 인테리어에 많이 보이는 노출 콘크리트는 벽돌보다 잔향시간이 길어 소음이 가중될 수 있다. 아무것도 깔리지 않은 맨바닥이나 타일, 금속, 시멘트, 유리 등 단단하고 소음을 반사시키는 소재로 만들어진 가구와 벽도 소음 데시벨을 높인다.

원으로 된 공간은 사각형의 공간보다 벽에 반사된 소리를 안으로 모으기 때문에 소음이나 울림이 심할 수 있다. 큰 공간일수록, 천정이 높을수록 울림에 의한 소음이 크다.

건축음향학은 건물 내부 환경의 여러 음향학적 조건들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사무실, 학교, 병원 등 시설의 목적에 맞게 알맞은 음향 환경을 만든다. 카페나 식당은 사람들이 음식을 즐길 수 있고 동시에 원활한 대화가 가능하도록 음향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식당에 적합한 소음 환경을 위해서는 내부 구조와 재질 등 다양한 부분이 고려돼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식당들은 이런 고민 없이 인테리어에만 관심을 쏟는다.

김지경 공간음향 전문가는 “식당 내부의 벽, 천장, 바닥 등의 재질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많은 울림과 소음을 줄일 수 있다”며 “폴리에스터의 다공질형, 미세구멍이 있는 타공형의 소재를 이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기존 식당은 간단하게 소음을 흡수하는 발포재 천장 패널, 흡음 시멘트, 유리에 붙이는 투명 흡음 필름만으로도 어느 정도 소음을 줄일 수 있다. 패브릭 소재의 인테리어 제품을 이용하거나 소리를 흡음할 수 있는 구멍이 있는 패널을 붙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바닥에 카펫을 깔아 충격음을 줄이고 커튼을 달면 공간의 소리 울림을 줄일 수 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도움말 김지경 공간음향 전문가
#헬스동아#건강#의학#공간과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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