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본질은 결단력? 천만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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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으로 밝혀낸 ‘리더의 조건’

낯선 사람과 무인도에 고립됐다. 무엇을 먹을지 어디에 살지 등 결정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정을 주도하는 ‘리더’와 나머지 사람은 어떻게 갈릴까.

과거에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결단을 내리는 능력이 리더를 결정하는 요건이라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마이카 에덜슨 스위스 취리히대 신경경제학센터 교수팀이 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특성은 리더십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이 밝힌 리더십의 본질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피하지 않고 감당하는 성향’이다.

에덜슨 교수팀은 총 84명의 스위스 20대 남녀를 대상으로 일종의 투자 게임 실험을 했다. “투자 성공 확률이 60%다. 성공하면 50점을 따고 실패하면 25점을 잃는다. 투자하겠는가”라는 질문에 ‘고’ 또는 ‘스톱’을 선택하게 하는 식이다. 흔히 리더십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승부를 거는 모험심과 과감성을 측정하는 실험이다.

이 실험을 200회씩 반복한 뒤, 이번에는 4명씩 구성된 단체의 리더가 돼 집단의 점수를 놓고 똑같은 결정을 하게 했다. 앞선 실험과 하나 다른 점은 결정이 부담스러울 때 ‘결정 미루기’ 버튼을 눌러 결정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미룰 수 있다는 점이었다. 리더로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감당할 수 있는지 측정하기 위한 실험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얻은 실험 결과를, 과거 이력 조사를 통해 파악한 개개인의 실제 리더십 성향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첫 번째 실험을 통해 측정한 개인의 위험 감수 경향과 모험심 등은 실제 리더십과는 관계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두 번째 실험의 ‘결정 미루기’는 달랐다. 리더십이 강한 사람일수록 단체의 결정을 미루는 경향이 일정하게 줄어들었다. 즉 리더십은 타인의 운명을 결정하는 선택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고 감당하는 능력인 셈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타인에게 집단의 결정을 미루거나, 반대로 결정을 감당할 때마다 각각 활성화되는 고유한 뇌 영역이 있다는 사실도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측정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뇌 활성을 측정해 그 사람의 리더십 성향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에덜슨 교수는 논문에서 “고위직이 다른 직원보다 왜 높은 연봉을 받아야 하는지 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문제를 연구하는 데 이번 연구 결과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권위적 리더십이나 평등을 강조하는 리더십 등 다양한 종류의 리더십을 추가로 연구할 계획이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리더십 본질#결단력#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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