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사-재활로봇 등 개발기업에 연구비-세금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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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산업 육성 위한 ‘바이오헬스 발전전략 민관회의’
내년까지 임상시험 시설 세우고 환자 빅데이터 플랫폼 도입 추진
혁신형 의료기기 기업 지원 늘려 관련 일자리 6만 개 이상으로 확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4일 강원 원주시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발전전략 민관회의에서 “인공지능 등 혁신 기술을 활용한 의료기기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은 이 자리에서 의료기기 산업 육성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원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4일 강원 원주시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발전전략 민관회의에서 “인공지능 등 혁신 기술을 활용한 의료기기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은 이 자리에서 의료기기 산업 육성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원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인공지능(AI) 의사’나 재활 로봇 등 혁신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기업엔 연구비를 지원하고 세금을 깎아준다. 신제품을 외국에서 테스트할 필요가 없도록 국내에 선진국 수준의 시험기관을 세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가 4일 강원 원주시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에서 ‘바이오헬스 발전전략 민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의료기기 산업 육성책을 발표했다.

○ 의료기기 시장, 3년 내 500조 원 규모로

이번 대책은 AI와 로봇, 3차원(3D) 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의료기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마련됐다. 시장 조사기관 BMI 에스피콤에 따르면 세계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3588억 달러(약 401조 원)에서 2021년 4458억 달러(약 498조 원)로 연평균 5.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의료기기 교역 규모도 2013년 5조3667억 원에서 지난해 7조1295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은 미국, 독일 등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지 못하는 반면 중국, 베트남 등 신흥 강국의 추격을 받아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상급종합(3차)병원이 쓰는 의료기기 중 국산 제품의 비율은 8.2%에 그쳤다. 수입해 쓰는 의료기기가 해외에 내다 파는 것보다 많아 연간 3000억 원 안팎의 무역 적자를 보고 있다.

한국은 인구가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어 혁신기술을 도입한 의료기기의 개발이 더 시급하다. 나이 든 만성질환자의 증가 속도를 전통적인 방식의 의술과 기존 인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뇌사 장기 기증자와 젊은 헌혈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이라서 인공 장기, 인공 혈액도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

○ 임상시험에 환자 5000만 명분 빅데이터 제공

산업부는 의료기기 개발 단계에서 해외 시험기관을 찾아가 시험성적서를 받아야 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20년까지 대구에 선진국 수준의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시험평가 시설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또 심박이나 혈당 등을 수시로 측정해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모바일 헬스케어 기기를 개발할 경우 모든 과정을 지원해 주는 별도 연구소 ‘오픈 랩’을 2023년까지 원주시에 연다.

기업들이 임상시험 때 공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환자 5000만 명 규모의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플랫폼’도 2020년 도입한다. AI 의료기기가 제 역할을 하려면 질환 한 개당 수만∼수십만 명의 환자 정보를 토대로 딥러닝(자가학습)을 해야 하는데, 현재 민간기업이 이 정보를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자료는 지금처럼 각 병원에 두고 기업엔 통계적 분석 결과만 제공한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혁신성장의 속도는 ‘시간÷규제’라고 할 정도로 빠른 시간 내에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 의료기기 업체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걸림돌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선(先)해결 후(後)개발 착수’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 “의료기기 분야 일자리 6만 개로”

복지부는 ‘의료기기 산업 육성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을 통과했거나 시험이 진행 중인 국내 의료기기 중엔 AI가 성장기 아동의 엑스레이를 판독해 뼈 나이를 측정해 주거나 두뇌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경색 여부를 판단하는 소프트웨어 등이 있다. 이런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업체를 ‘혁신형 의료기기 기업’으로 지정해 조세 감면과 국가 연구개발 우대 혜택을 주는 법적 근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규제 개혁과 기업 지원을 통해 의료기기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면 3년 내 국산 3D 치과 진단기기, 초음파 영상 AI 분석 기기, AI 재활 로봇 등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기준 5만7595개였던 의료기기 업계 일자리를 6만 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회의에 참석한 병원 및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들은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은 “글로벌 무한경쟁 환경에서 우리 기업이 아이디어를 마음껏 구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원주=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의료기기 산업#바이오헬스 발전전략 민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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