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안먹고 이유없이 짜증… 내 아이가 새학기 증후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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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은 개학 시즌이다. 2학기 개학과 달리 학년이 바뀌고 담임교사와 급우가 달라진다. 배우는 내용도 이전보다 더 어려워지는 등 적응해야 할 요소가 많다. 성인도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거나 새로운 환경에 놓이면 스트레스를 받듯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아이의 학교 적응을 위해서는 심리 상태를 잘 살펴야 한다.

○ 새 학기 ‘틱 증상’ 크게 늘어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접수한 9776건의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학업과 진로 상담이 2660건(27%)으로 가장 많았고, 대인관계 상담이 2308건(24%)으로 뒤를 이었다.

새 학기를 맞아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증상을 ‘새 학기 증후군’이라고 한다. 일종의 적응장애다. 정식 질병은 아니지만 많은 학생들이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복통이나 두통 등 육체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은 부모와 떨어지는 것을 불안해하며 ‘분리불안증’을 겪을 수 있다. 새 학기 증후군은 대개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자연스럽게 사라지지만 장기간 증상을 호소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새 학기 증후군 증상은 다양하다. 복통과 두통뿐 아니라 밥을 잘 안 먹고, 이유 없이 짜증을 내는가 하면, 잠을 푹 자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소변을 자주 보거나 변비가 심해지기도 한다. 심한 경우 우울증이나 불안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눈을 수시로 깜박이거나 코를 킁킁거리는 등 틱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반건호 경희대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새 학기 직후인 3월과 9월에 새로 틱 진단을 받는 비율이 다른 달에 비해 확연히 높다”고 말했다.

○ 새 학기 시작 뒤 1∼2주가 중요

부모는 새 학기 아이의 행동과 증상을 잘 관찰해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와 학교생활의 두려움에 대해 깊이 이야기해보는 것이 좋다. 이 과정에서 누구나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설명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 이강준 인제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쓰지 마라’ ‘공부만 열심히 하면 다 해결된다’는 식의 일방적인 충고는 아이에게 부담을 주고, 자신을 이해해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적응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개학 며칠 전부터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지도하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아이와 함께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을 정해 실천하고, 일주일에 3번 이상 운동을 하면서 기초체력을 기르는 것은 학교생활 적응에 큰 도움을 준다. 새 학기 시작 후 첫 1∼2주가 중요한 시기이므로 이 기간 매일 학교생활에 대해 질문을 하면서 ‘항상 너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좋다.

한편 환절기인 데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아이들의 면역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집단생활을 하는 만큼 인플루엔자와 수두, 볼거리 등 감염병에 유의해야 한다. 아이의 원활한 학교 적응을 위해 학기 초 건강체크를 하면 좋다.


○ 어떤 걸 미리 체크해야 하나

만 6, 7세는 충치가 가장 많은 시기다. 정기적인 치과 검진이 필요하다. 치료보다 예방이 치아 건강의 핵심이다. ‘실런트’(치아 표면에 파인 홈을 매끈하게 코팅하는 합성수지)는 음식물 찌꺼기가 끼는 것을 막아 70% 이상의 충치 예방 효과를 얻는다. 첫 어금니가 나기 시작한 직후나 충치가 생기기 전인 6세경에 하는 게 적당하다.

MMR(홍역 볼거리 풍진) 예방접종은 1차 접종을 했다 하더라도 취학 전에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 디프테리아와 파상풍, 백일해 5차 예방접종은 만 6세에, 6차 예방접종은 만 11∼12세에 해야 한다. 기생충 질환도 주의해야 한다. 회충 편충 십이지장충 등 토양 매개성 기생충은 거의 박멸됐지만 요충처럼 접촉을 통해 옮는 기생충은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학교나 유치원 등에서 신체 접촉 또는 옷이나 장난감, 학용품 등을 매개로 쉽게 전염될 수 있다. 알 상태에서는 구충제를 먹어도 잘 죽지 않아 회충약을 2, 3차례 복용해야 한다. 기생충 질환에 걸리면 항문 주위 소양감(가려움증)이나 피부염 등을 겪을 수 있다.

약시는 만 10세 이전에 발견하면 치료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미리 시력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만 6∼8세 때 많이 발생하는 질환인 소아당뇨는 학교에서 단체급식을 하다 보면 관리하기 어렵다. 당뇨병 증상이 나타나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조기에 페니실린 등을 투여하면 단기간에 완치할 수 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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