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해지는 노후빈곤, 미리 준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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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에 질병 잦아 가난해지기 쉬워… 10년전 중산층 39% 빈곤층 전락

고령화와 함께 노후 준비가 부족한 노인들이 질병으로 노후빈곤에 빠지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동아일보DB
고령화와 함께 노후 준비가 부족한 노인들이 질병으로 노후빈곤에 빠지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동아일보DB
50대 회사원 김 씨는 노후를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의 아버지가 폐암 진단을 받은 것은 7년 전. 하지만 김 씨의 아버지는 보험 하나 없이 전셋집 하나만 남겼을 뿐이다. 항암 치료비는 오롯이 김 씨와 그의 형의 몫이었다. 더구나 아버지에게 뇌졸중(뇌중풍)까지 찾아왔다. 김 씨는 매년 아버지 항암 치료에 1000만 원, 뇌중풍 치료에 2000만 원이 들자 대출까지 받아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머니에게 치매가 생겼다. 그는 “부모를 보며 나 역시 노후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크지만 빠듯한 생활비에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노후 빈곤’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는 “노후 준비가 부족하면 질병으로 인해 언제든 노후 빈곤에 빠질 수 있다”고 9일 밝혔다.

실제 최근 발표된 ‘중·고령 노인 빈곤특성에 관한 연구’(예수대 사회복지학과 김경휘 교수)에 따르면 2005년 빈곤층이던 노인 515명의 변화를 추적한 결과 430명(83.5%)은 2015년 현재 여전히 빈곤하게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10년 전에는 빈곤층이 아니었던 764명 중 298명(39.0%)도 빈곤층으로 추락했다. 반면 빈곤층이었다가 10년 만에 빈곤에서 벗어난 사람은 85명에 불과했다.

특히 의료 빈곤에 빠진 노인은 39.6%(2015년 기준)나 됐다. ‘의료 빈곤’이란 가구 지출(식료품비 제외)의 20% 이상을 의료비로 쓰는 경우다. 2005년 의료 빈곤층이던 456명 중 237명(52%)은 여전히 의료 빈곤층이었다. 또 의료 빈곤층이 아닌 1016명 중 345명(34.0%)은 빈곤층으로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의료 빈곤과 소득 빈곤(중위 소득의 60% 이하)을 둘 다 겪는 노인은 28.8%(2015년)로 2005년(14.7%)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노후 문제가 심각한 반면 정작 준비는 소극적인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통계청의 2015년 사회조사를 보면 19세 이상 가구 중 72.6%가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27.4%는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더구나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들의 준비 방법 역시 ‘국민연금’(55.1%)이 가장 많았다. 사적연금은 9.0%에 그쳤다.

2015년 기준 국민연금 수급액은 개인당 평균 34만 원에 그친다. 반면 노후에 필요한 월 최소 생활비는 부부 약 174만 원, 개인 약 104만 원, 표준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생활비는 부부 기준 약 236만 원, 개인 기준 약 145만 원에 달한다(국민연금연구원 조사).

고령이 되면 의료비는 많이 드는 반면 수익은 줄어들지만 이를 대체할 수단은 미비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노후 준비를 우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막연히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보다는 현재 충분치 않더라도 노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노인 의료비 관련 준비가 시급하다. 한국 노인의 90.4%가 만성질환을 1가지 이상 앓는다. 위원회 측은 “노후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병치레까지 하면 삶의 질이 악화되고 자녀의 부담까지 커진다”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노후빈곤#고령화 사회#의료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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