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신광수]임상시험 관련사업 활성화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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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수 충북대 의학대 교수
신광수 충북대 의학대 교수
어쩌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임상시험 기록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건국신화에서 환웅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곰과 호랑이에게 영험한 쑥 한 심지와 마늘 스무 쪽을 주면서 백 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의 모습을 얻을 것이라고 당부했으니 말이다.

우스꽝스러운 발상이지만, 최근 한국이 세계 임상시험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배경을 단군신화와 연관시키고 싶을 정도다. 정부가 2000년 외국 제약회사에 대해 국내 임상시험을 허용한 데 이어, 2015년에는 ‘임상시험 글로벌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임상시험 건수(프로토콜) 기준으로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스페인에 이어 현재 세계 7위인 수준을 2020년까지 세계 5위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해외 임상시험을 유치하며, 임상산업을 육성할 뿐 아니라 임상시험의 안전성에 대한 제도와 기술적인 장치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초연결(Hyper-connectivity)을 추구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맞춰 정부의 정책도 진화해야 한다. 기술과 제도와 조직을 공진화(Co-evolution)시켜야 혁신에서 앞설 수 있다. 공익적인 목적의 임상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공공서비스에서 벗어나, 임상연구 성과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큰 그림이 필요하다. 임상연구 분야의 비전을 제시하고 거버넌스를 설정하며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임상시험 산업은 병원 수익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할 뿐 아니라 바이오·제약·의료기기 산업에 대한 파급 효과도 매우 높다. 정보기술(IT)에 이어 한국을 먹여 살릴 보건의료기술(HT) 가운데 가장 유망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질병을 예방하고(Preventive), 예측하며(Predictive), 환자와 가족의 참여(Participatory)를 통해 맞춤형(Personalized)으로 치료하는 ‘4P 의료’ 패러다임에 꼭 필요한 산업이다. 한국에서 진행하는 세계적인 임상연구는 어찌 보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건국이념에도 가장 잘 들어맞는 사업일 것이다.

신광수 충북대 의학대 교수
#임상시험#4차 산업혁명#4p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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