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먹고 부작용’ 논란에 탕약도 의약품 수준 관리 나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7일 15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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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 A 씨는 지난해부터 산후조리를 위해 2,3개월 동안 한약을 먹었다. A 씨가 먹은 약은 '통초'가 들어간 한약이었다. 하지만 해당 한약에 통초가 아닌 '등칡'이 들어가면서 문제가 됐다. 등칡에는 비뇨기계통에 암을 발생시킬 수 있는 독성물질 '아리스톨로킨산'이 들어있기 때문. 결국 A 씨는 신장이식까지 받게 됐다. 법원은 최근 한방제약사들에게 2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처럼 한약으로 인한 각종 사고가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여러 가지 한약재가 들어가는 조제한약(탕약)의 경우 1개의 한약재 만 문제가 되도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이에 정부가 탕약에도 양방 의약품과 같은 표준조제 공정과 품질관리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017~2020년 4년 간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서 처방하는 탕약을 의약품 수준으로 조제 및 관리할 수 있도록 현대화 시범사업을 시행한다"고 17일 밝혔다. 탕약은 약사법 부칙에 따라 한의사가 환자의 치료용으로 직접 조제가 가능한 의약품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부산대 한방병원에 탕약표준조제시설을 구축해 한약재 구입→ 보관→조제→포장→출하의 전 과정에 대해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GMP) 수준의 표준제조공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탕약 정보 등 빅데이터로 활용한 한약표준화정보시스템도 구축된다. 임상연구기준, 임상시험용 약 개발 및 안전성 연구 등도 올해 안에 진행된다.

보건당국이 이같은 계획을 발표한 이유는 안전성 논란, 더딘 현대화, 과학화 등을 이유로 국내 한의학이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 실제 탕약은 한의사가 환자 상태에 맞게 조제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조제설비, 조제방법 등이 표준화되지 않아 품질과 안전성에서 문제가 발생돼왔다.

지난해 8월에는 3세 아이가 유명 한의원에서 지어준 탕약을 먹고 머리카락이 모두 빠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사회적 논란이 됐다. 같은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신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한약재들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주요 한방병원 환자수도 감소하는 등 예전보다 환자들이 한방치료를 선호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국내 한의학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한의학계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한의학이 여전히 각광을 받는 가운데 내수시장만 100조원, 한약 관련 수출 만 4조원에 달하는 반면 국내 한약은 수출조차 못하고 있다.

더구나 탕약 역시 약사법에 규정된 의약품임에도 불구하고 식약처에서 부작용 신고를 받지 않는 등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왔다. 조귀훈 복지부 한의약산업과장은 "탕약 속 한약재가 다 괜찮더라도 1개 만 잘못돼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한의학 신뢰 자체가 떨어지는 만큼 어떤 한약재가 간, 신장 등 신체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등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한약의 안전성과 신뢰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호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국민들에게 한의학 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다만 현장 한의사의 목소리가 배제되지 않고 충분히 반영돼야 한의학 표준화 과학화란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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