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되살린 국산 명태 보존하는 데 수학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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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硏 , ‘산업수학’ 우수사례 소개

20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모두가 함께하는 산업수학 축제’ 현장.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이 산업수학 우수사례 포스터를 살펴보고 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제공
20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모두가 함께하는 산업수학 축제’ 현장.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이 산업수학 우수사례 포스터를 살펴보고 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제공
 길을 걷던 남녀가 서로 마주쳐 멈춰 선다. 길을 터주기 위해선 오른쪽이나 왼쪽 중 한 방향으로 비켜서야 한다. 같은 방향으로 이동해 서로 다시 마주 보게 되면 드라마에서는 ‘운명’으로 여겨 인연이 시작된다. 그렇지만 이는 운명이 아니라 확률, 즉 수학적 선택의 결과다.

 지난해 7월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고등학생 10명 중 6명이 수학을 포기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한 이유 중에선 ‘학습할 의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수학은 예상보다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20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국가수리과학연구소(수리연)의 주최로 열린 ‘모두가 함께하는 산업수학 축제’에서는 실제로 수학이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가 소개됐다. 산업 현장이 당면한 문제를 수학을 활용해 풀어내는 것이 산업수학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수리연이 지난해 7월부터 수학으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18개월간 진행한 긴 여정이 이달 말 종료된다. 이 행사는 그간의 우수 성과를 대중에게 소개하기 위해 구성됐다. 실제로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강연장이 전문가, 학생, 일반인 등 참가자로 가득 차 문을 열어둔 채로 행사가 진행됐다.

 삼성SDS는 수학을 활용해 고객 맞춤형 보험 상품을 제공하는 컨설팅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물류 솔루션 기업인 ‘네오시스템즈’는 정해진 시간에 차량이 이동하는 최적의 경로를 계산해내는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이 밖에 초음파 영상 속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분석해 심장에 생긴 문제를 찾아내는 등 산업수학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2000년 이후 사라졌던 국산 명태를 보존하는 일에도 수학이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올 10월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진은 인공수정 기술로 거의 멸종 상태인 한국산 명태 복원에 성공했다. 하지만 자연 상태에서 명태가 바다에 완전히 자리 잡기 위해선 수학적 계산이 필요하다. 시간에 따라 증가하는 개체 수를 계산할 수 있어야 명태의 수가 유지되도록 조업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일효 부산대 수학과 교수는 “물고기가 살아가는 자연 환경과 조업 제한 일수 등 여러 조건을 각각 공식에 대입해 수산자원을 유지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형주 수리연 원장은 “수학은 ‘배우는 모든 것’을 뜻하는 그리스어 ‘마테마(Mathema)’가 어원일 정도로 인간의 삶에 매우 중요한 학문이었다”며 “2017년엔 산업수학센터를 개설해 본격적으로 인류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산업수학#국가수리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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