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움직이지 않으면 근육이 마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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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강 안강병원장
안강 안강병원장
 사코페니아, 즉 근육마름증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일상생활 속에서 적절한 운동이 뒷받침되지 않았을 때다.

 물론 흡연, 영양부족이나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호르몬 변화 등에도 영향을 받겠지만 운동범위가 줄면서 특정 부위에 움직임이 없어졌을 때 주로 사코페니아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허리가 굽은 경우 허리 뒤 근육은 매우 말라있다. 실제로는 근육만 마르는 것이 아니라 힘줄, 인대, 뼈도 같이 약해진다. 또 신경기능, 혈류 등의 약화도 따라온다.

 건강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열흘만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으면 현저하게 근육이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20대 젊은이의 경우, 눈에 띄게 ‘근육이 마른다’고 느끼는 데 28일 정도 걸린다. 반면 나이 든 노인은 그것을 매우 빠르게 느낀다. 중요한 것은 회복이다. 젊은이들은 원상태로 쉽게 회복하는 데 비해 노인들의 경우는 쉽지 않다. 더구나 대부분의 치료가 안정을 취하게 하거나 스테로이드 주사 등으로 근육, 힘줄 등을 더 마르게 하므로 실제로는 불안정을 더욱 유발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어느 날 친한 친구가 내게 수년간 지속된 손목 통증을 봐달라고 부탁했다. 골프를 몹시 좋아하는 이 친구의 가장 큰 소망은 골프를 계속하게 해 달라는 것. 수년 전 골프를 치다가 손목을 무언가에 세게 맞았고, 그 이후로는 유구골(hamate)이라는 작은 뼈에 손상이 왔다.

 바깥 손목 가운데서 조금 외측의 손상된 곳에서 뼈가 자랐다. 친구는 골프를 할 때마다 혹은 한 후에 수일간 너무 아파서 손목을 움직이지 않게 스프린트로 고정하고, 스테로이드 주사도 맞고, 수년을 지냈으나 호전이 없어 급기야는 튀어나온 부분을 자르는 수술까지 했다. 유구골 주위를 눌러 압통이 심했는데, 특히 유두골과의 사이가 가장 심했다. 반대쪽 손목과 비교했을 때 관절 주위가 현저하게 불안정했다. 톱니처럼 맞물려야 하는 관절이 불안정하면 관절면이 닳게 되고 이런 현상이 퇴행성관절염이다. 나는 적극적인 운동을 추천하고 우선 공 주무르기와 같은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학계에서는 퇴행성관절염이 오는 원인을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 나는 치료 후 열심히 운동하라는 처방을 환자들에게 준다. 하지만 환자들 중에는 다른 병원에서 스테로이드 주사 한 방과 함께 아픈 관절을 절대 움직이지 말라는 전혀 다른 처방을 받고 혼란스러워하기도 한다.

 관절에 문제가 오는 원인은 관절의 흔들림, 즉 불안정성 때문이다. 불안정성의 가장 큰 원인은 움직이지 않거나 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친구가 받았던 치료, 고정, 스테로이드, 수술과 같은 치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물론 급성인 경우 이런 것이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만성질환이 됐을 경우에는 효과가 거의 없고 오히려 해만 준다. 주사나 고정으로 인한 일시적인 통증 완화가 치료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동안 움직이지 않으면서 근육은 더욱 퇴화한다. 우리 몸의 모든 부분에는 수용체가 존재한다. 이 수용체가 관절이나 근육의 움직임을 뇌로 전달하고 뇌에서 명령을 받는다. 이런 소통 시스템이 붕괴되면 반드시 퇴화라는 과정을 겪게 된다. 사코페니아가 소통의 병인 이유다.

안강 안강병원장
#근육#사코페니아#근육마름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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