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심근경색 진단… 피 한 방울로 1분이면 ‘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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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체외진단’ 기술 각광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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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에 작은 상처가 생기면 피 한 방울이 봉긋 솟아오른다. 이때 무심코 닦아버리는 한 방울의 피가 과학계의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람의 과거 병력부터 앞으로 걸릴 병의 가능성까지, 피 한 방울로 인간의 모든 질병을 알아내는 ‘체외진단’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 30분 걸리던 심근경색 진단 1분으로 단축

피 한 방울로 알아낼 수 있는 건 생각보다 많다. 일반 혈액검사도 간 기능에서 각종 감염 상태까지 20여 가지 지표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응급 현장에서 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최근엔 진단이 까다로운 심근경색까지 확인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됐다. 장재성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및원자력공학부 교수팀은 혈액 한 방울로 1분 만에 심근경색을 진단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심장 근육이 괴사할 때 흘러나오는 ‘트로포닌I’라는 단백질을 감지하는 기술이다.

평소 사람의 트로포닌I 단백질의 농도는 mL당 10.6ng(나노그램·1ng은 10억분의 1g) 이하지만 심근경색이 나타나면 3, 4시간 안에 농도가 30%까지 상승하고 이 상태로 4∼10일간 유지된다. 트로포닌I에만 반응하는 물질이 내장된 이 센서는 단백질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전기저항이 커지는 원리를 이용했다.

장 교수는 “복잡한 분석 과정을 거쳐야 해 30분 이상 걸리던 심근경색 진단을 1분 이내로 단축했다”며 “국내 특허등록을 완료했으며 상용화를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과거부터 미래 질병까지 한 번에 검사

피 한 방울만 있으면 평생 어떤 질병에 걸렸는지 알아낼 수도 있다. 스티븐 엘레지 미국 하워드휴스 의학연구소 연구원팀은 지난해 6월 ‘바이러스캔(VirScan)’이라는 검사기법을 개발해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 기술은 한 번의 검사로 206종류의 바이러스 항체를 갖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 평생 동안 감염됐던 바이러스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예방 접종으로 생긴 항체도 찾아내기 때문에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연구진은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페루에서 569명의 혈청을 조사한 결과 사람들은 일생 동안 평균 10종류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도 추가로 알아냈다.

미래 어떤 병에 걸릴지를 알아보는 일도 가능해진다. 김영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팀은 한 방울의 혈액으로 간단하게 치매의 발병 가능성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2014년 개발하고 같은 해 10월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했다.

알츠하이머에 걸릴 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우리 면역계가 외부 세균에 맞서 싸우도록 하는 단백질인 ‘인터류킨’의 농도가 정상인보다 낮다. 이 점에 착안해 발병 이전의 알츠하이머를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다. 동물 실험과 100여 명의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끝에 양전자단층촬영(PET) 같은 복잡한 검사 없이도 93% 정확도로 치매 환자를 구분해 냈다.

김 연구원은 “국내외 병원들과 함께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3∼5년 내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혈액 진단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혈액#체외진단#심근경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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