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세돌 꺾은 알파고 충격, 인공지능 혁명 시작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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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난공불락의 영역이었던 바둑에서 인간 최고수를 이겼다. 어제 전 세계의 관심 속에 벌어진 세계 최고수 중 한 명인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의 첫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는 이 9단에게 186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대국 초반 이 9단의 패착이 결정적이다. 알파고도 중반 실수를 몇 차례 했지만 사람처럼 흔들리는 대신 끝까지 얼음처럼 냉정하고 정확한 수읽기와 형세 판단으로 승리했다. 구글 측은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고 기뻐했으나 바둑 팬뿐 아니라 전 세계는 깊은 충격에 빠졌다.

아직 4번의 대국이 남아있다. 이 9단이 남은 대국을 모두 이기거나 3번의 대국을 이기면 인간정신의 승리다. 첫 대국의 패배는 이 9단이 AI와의 대결에 적응하지 못한 탓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바둑 유럽챔피언인 판후이 2단과의 대국 때와는 판이한 모습이었다. 이 9단은 대국이 끝난 후 “알파고가 초반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에 놀랐고 중반 승부수인 듯한, 사람이라면 도무지 둘 수 없는 수를 둬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제 예상 승률은 50 대 50이다.

구글은 이미 첫 대국에서의 승리만으로도 AI의 선두주자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히 굳혔다. 체스와 달리 바둑은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까워 컴퓨터가 인간을 이길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는데 알파고가 이 같은 통념을 깬 것이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대국에 앞서 “이 9단이 이기든 알파고가 이기든 모두 인류의 승리”라고 했다. 알파고가 궁극적으로 승리한다고 해도 따져보면 컴퓨터가 이긴 것이 아니고 역시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인간의 승리라는 의미다.

세계경제포럼은 올 1월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AI를 꼽은 바 있다. 비록 첫 대국이지만 알파고의 승전보로 이제 정보기술(IT) 시장에서 무게중심은 AI로 빠르게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은 이미 자율주행차 무인항공기기 금융 의료 법률 서비스 등 각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앞으로 창의적, 혁신적 분야를 제외한 평범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역할과 일자리를 점점 빼앗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없지 않다.

AI 분야에서 한국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강자가 수두룩한 미국이 100점이라고 할 때 75점 수준에 불과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어제 AI로 대표되는 지능정보 기술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연내 ‘지능정보 사회 플랜’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바둑 대결로 폭발한 관심을 계기로 AI 분야에서 뒤처진 한국은 앞서가는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민관이 힘을 모아 비상한 각오로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세돌#알파고#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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