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은 어린 조카 세면대서 혼자 손 씻을수 있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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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수상작 301점 내달 12일까지 국립중앙과학관 전시]

제37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신동규 군이 29일 정부과천청사 미래창조과 학부 브리핑실에서 자신의 발명품 ‘아이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수돗물 배출 방향 조절 장치’를 설명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제37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신동규 군이 29일 정부과천청사 미래창조과 학부 브리핑실에서 자신의 발명품 ‘아이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수돗물 배출 방향 조절 장치’를 설명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대통령상 ‘수돗물 배출방향 조절장치’ 세종시 두루고 신동규 군

“사촌 누나가 어린 아들을 안아 올린 채 세면대에서 손을 씻기는 모습이 너무 힘들어 보였어요. 아이의 팔이 짧다 보니 수도꼭지 근처까지 손이 닿지 않아 물을 틀어도 스스로 씻을 수가 없더라고요.”

‘아이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수돗물 배출 방향 조절 장치’로 대통령상을 받은 세종시 두루고 1학년 신동규 군은 조카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발명품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신 군은 수도꼭지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각도를 조절해 물줄기를 원하는 위치에 보낼 수만 있다면 키가 작은 어린아이도 세면대에서 세수나 손 씻기를 스스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존 호스로는 물줄기의 각도 조절이 힘든 만큼 호스를 360도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장치를 만들어야 했다.

일단 마트와 문구점부터 뒤졌다. 잘 휘어지면서 물줄기도 막히지 않는 재료가 없을까. 그러던 중 우연히 문구점에서 멜로디언에 달린 호스가 신 군의 눈에 들어왔다. 플라스틱 컵을 반으로 자른 뒤 표면을 따라 호스가 움직일 만큼만 길쭉하게 길을 내 호스를 끼웠다. 호스는 가만히 둔 채 원통을 움직여 호스 방향을 바꿨다. 하지만 호스가 최대 90도밖에 움직이지 않는 데다 물이 세면대 밖으로 튀어 옷이 젖었다. 1차 시도는 실패였다.

이번에는 호스가 수도꼭지까지 양쪽으로 360도 움직일 수 있도록 제작했다. 원통에 손잡이도 달았다. 하지만 손잡이를 돌리는 게 생각보다 불편했다. 2차 시도도 실패였다. 신 군은 결국 원통 재질을 아크릴로 바꿔 부드럽게 회전하도록 만들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신 군은 “요요처럼 생긴 원통을 만들고 여기에 호스가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을 냈다”면서 “원통을 돌리면 호스가 원하는 위치로 휘어져 물줄기를 자유자재로 쉽게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군은 이 장치를 조금 바꿔 과학실 실험기구 세척용으로도 개발했다. 삼각플라스크처럼 입구가 좁아서 세척하기 힘든 실험기구의 경우 마치 줄자처럼 원통에서 호스를 뽑아 쓰게 했다.

그는 “평소 미술에도 관심이 많아 과학상상화 그리기 대회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데 이 경험이 발명품 개발에 도움이 됐다”며 “발명품이 공공장소에 설치돼 많은 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 군을 지도한 이 학교 김은지 교사는 “신 군이 새벽 1, 2시까지 함께 문제를 고민하다가 집에 돌아간 뒤에도 인터넷을 검색하는 등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jxabb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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