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 의약]1000조 원 세계 제약마켓을 타깃으로… R&D 이젠 ‘결실의 계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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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로 활로 찾는 한국 제약기업들

올 1분기(1∼3월) 국내 제약업계에는 각종 희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녹십자는 1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로부터 수두 백신 7500만 달러어치(약 848억 원)의 공급업체로 선정된 데 이어 이달 초에도 2900만 달러어치(약 329억 원)의 독감 백신을 추가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한미약품은 최근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회사 일라이릴리에 현재 개발하고 있는 면역질환치료제(‘HM71224’)의 개발과 상업화를 허용하는 라이선스 및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국내 제약회사의 단일 기술 수출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번 계약을 통해 한미약품은 6억9000만 달러(약 7797억 원)를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R&D 투자 확대로 해외 시장서 결실

이같이 최근에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국내 제약회사들의 연구개발(R&D)과 해외시장 진출이 점차 결실을 맺고 있다. 과거 글로벌 업체들이 만든 오리지널 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발 빠르게 제네릭(복제약)을 출시해 수익을 내는 데에만 집중해 업계 안팎의 비판을 받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제약시장 규모는 약 19조3365억 원(2013년 기준)으로 같은 기간 1000조 원에 이르는 세계 제약시장의 약 2%에 불과하다. 게다가 국내 제약회사 57곳의 국내 매출액 대비 수출액 비중(2013년 기준)은 약 10%로 대다수 업체들이 내수에 의존하고 있다.

권오현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팀장은 “최근 3년간 국내 제약시장은 19조 원 안팎을 계속 유지하는 등 성장률이 거의 정체됐는데 이는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내수 중심의 매출 구조는 최근 들어 점차 바뀌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의 수출액은 2012년 2조3409억 원을 기록해 처음 2조 원을 넘어섰다. 무역수지도 2013년 2조9488억 원 적자를 냈지만 최근 10년 새 처음 2조 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는 몇몇 대형업체들을 필두로 국내 업계가 신약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다. 실제 국내 제약회사들은 최근 R&D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3% 안팎이었던 국내 제약회사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012년 7.9%로 증가했다. 한미약품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의 약 20%인 1525억 원을 R&D에 썼다.

이러한 R&D 투자 확대는 실제 수출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된 주요 신약과 개량 신약이 해외에서 1억 달러 이상 수익을 올리는 대규모 수출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제 ‘카나브정’,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제 ‘나보타’, JW중외제약의 영양수액,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램시마’ 등이 대표적이다.

수출 지역도 과거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중심이었던 것에서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으로 점차 다양화하고 있다. 이가은 보건산업진흥원 팀장은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은 인구 증가, 급속한 경제 성장, 만성 질환 급증 등의 성장 요인이 적지 않다”며 “최근 5년간 시장규모가 연평균 30%씩 성장함에 따라 전체 의약품 수출에서 신흥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지난해 해외직접투자 사상 최대

일부 제약회사들의 해외 직접투자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선진기술 도입과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한 방안으로 해외투자 비중을 늘려나가는 추세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국내 제약업체들의 해외 직접투자는 신고액(투자자가 사업계획에 따라 해외투자 규모를 사전 신고한 금액) 기준으로 지난해 1억5490만 달러(약 175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5130만 달러·약 580억 원)보다 약 200% 증가한 수치로 제약산업 사상 최고치다.

송금액(투자자가 국외로 실제 송금한 금액) 기준으로도 2014년 실적은 2013년(6000만 달러·약 678억 원)보다 약 92% 늘어난 1억1490만 달러(약 1298억 원)로 집계됐다. 보건산업진흥원 측은 “제약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2011년부터 4년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저임금 노동력 활용이 주를 이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선진기술 도입이나 현지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약회사들은 해외 지사 설립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제약협회가 지난해 회원사 중 5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제약회사 27곳은 해외에 총 69곳의 법인을 두고 있다. 이경호 제약협회 회장은 “국내 제약산업의 중장기 목표는 매출액 대비 외국 매출(수출액 포함) 비중을 50%로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이는 신약개발력과 자금력, 마케팅 실력을 겸비할 때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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