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업체라 믿었는데…” ‘위생불량’ 산후조리원 피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9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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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출산한 김모 씨(29)가 다녔던 산후조리원은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다닌 지 1주일 만에 본인과 아이가 모두 장염을 앓았기 때문. 김 씨는 조리시설이 의심돼 조리원장에게 내부 시설을 보여 달라고 항의했지만,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결국 그는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통해 세균성 급성 장염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산모와 아이가 모두 탈 난 것을 보면 조리원 시설이나 음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의사 소견서를 가져가 조리원과 싸운 뒤 비용환불은 물론 치료비 보상까지 받았다.

산후조리원을 찾는 산모가 늘고 있지만, 조리원 위생불량으로 산모나 아이가 장염, 폐렴 등에 걸린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전국 산후조리원 내 식품취급시설을 전수조사 한 결과 575곳 중 25곳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반한 내용을 보면 △유통기한 경과제품을 조리목적으로 보관한 것(29곳) △조리장, 후드 등의 위생 취급 기준 위반(3곳) △시설기준 위반(2곳) △보관기준 위반(1곳) 등의 순이었다. 특히 유통기한이 339일이나 지난 칠리소스를 그대로 사용한 업체도 있었다.

산모들은 영세한 곳일수록 위생이 불량할 것이라고 생각해 유명한 대형 시설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적발에서는 대형 조리원의 문제가 더 심각했다. 수용인원 50인 이상인 대형 조리원의 식품위생법 위반율은 10.9%. 이는 50인 미만 시설의 위반율(3.1%)의 3배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 중에는 육아 커뮤니티에서 산모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은 곳도 포함돼있다. 육아정보 카페에서 유명한 서울 강동구 미즈후산후조리원은 유통기한 10일이 경과한 도토리묵 등 3개 제품을 조리목적으로 보관해오다 적발됐다. 조리실 위생불량으로 적발된 서울 금천구의 본푸드서비스(주)뉴연세산후조리원점은 육아카페에 추천글 수십개가 올라있는 조리원 중 하나다.

정성애 이대목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조리실이 청결하지 않고, 직원들의 위생관리가 안 되면 아이가 손을 빨면서 각종 세균에 노출돼 각종 감염병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출산을 앞둔 산모들은 마사지, 산후 요가 등 패키지 서비스에 현혹되지 말고, 위생상태를 최우선으로 따져야 한다. 출산 준비서 ‘듀라터치 감통분만’을 쓴 김금중 박사는 “전문영양사가 상주하며 조리실 상태를 관리하는지 직접 확인하고, 방문객을 위한 손 소독기 및 가운을 갖춰 세균 유입을 차단하는지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연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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