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기 싫어요” 새학기 골치덩이 아이, 방치땐 성장장애 올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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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Beauty]‘신학기 증후군’ 찬찬히 관찰하세요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김미영 씨(가명·38)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일주일 뒤 개학하는 딸 아이의 등교 문제 때문. 김 씨의 딸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줄곧 개학 즈음만 되면 김 씨와 전쟁을 벌인다. 학교 가기 일주일 전부터 배가 아프다고 떼를 쓰거나, 아침에 학교 가기 싫다고 우는 날이 많기 때문이다. 다소 내성적이고 단체생활을 싫어하는 딸 아이에겐 혼자 지낼 수 있는 방학이 끝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게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소위 ‘신학기 증후군’에 긴장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신학기 증후군이란 개학을 하면서 다시 학교로 돌아간 아이들이 학업과 교우 관계 등에 스트레스를 느끼며 신체적으로 아픔을 호소하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말한다. 보통 새로운 학기에는 새 친구, 새 교실, 새 담임교사 등 낯선 환경에 노출돼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지만, 일부 학생들은 이 같은 신학기 증후군 증세를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호소하기도 한다. 초기에 이를 잘 다스리지 않으면 자녀가 학교생활에 무기력감을 느끼고,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저학년에 주로 나타나는 ‘신학기 증후군’

신학기 증후군은 심리·신체적으로 모두 나타날 수 있다. 한 교육전문업체에서 학부모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보이는 신학기 증후군 증상 중 가장 흔한 것은 ‘무기력감 호소’였다. 복통이나 두통(23%), 식욕부진(18%), 수면 장애(15%), 외출 거부(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수면 장애나 배변 장애 등은 학교를 가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에서 비롯된다. 개학하고 나서 갑자기 걸리는 ‘감기’는 스트레스에 의해 면역력이 약해졌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저학년일수록 신학기 증후군이 더 많이 나타난다. 특히 갓 입학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에게서 자주 보인다. 엄마와 갑자기 동떨어져 단체생활을 해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리불안증’ 때문이다. 초등학교 교사 박모 씨(30)는 “1학년 신입생 중엔 집에 엄마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려고 일찍 조퇴하겠다고 떼를 쓰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는 ‘신학기 증후군’의 하나”라면서 “이 때문에 교사들 사이에선 경험이 많은 ‘최고 베테랑 선생님을 1학년 담임으로 배치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학부모들 중에서는 이런 증상을 ‘아이가 학교 가기 싫어서 그러는 거겠지’라며 지나치곤 하는데, 전문가들은 초기에 신학기 증후군을 잘 관찰해 적절한 도움을 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학기 증후군이 계속되면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성장 발육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이 증상이 장기화되면 성적이나 성격 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경우 틱장애 등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규박 청심국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부장은 “불안감과 긴장감이 심해지면 ‘틱장애’를 보이는 아이들이 있다”며 “신체 일부를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등 신학기 이후 갑자기 보이는 행동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엄마 손으로 챙겨야 할 요소들

신학기 증후군 증상 중 소아들에게 특히 자주 나타나는 것은 ‘변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0∼9세 이하 소아 인구 중 30%가 소아변비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른들의 경우, 각종 육류 섭취와 불규칙적인 식사 등이 변비의 주된 원인이지만 소아변비는 환경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크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장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장내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을 깨뜨리면서 변비가 심해지는 것이다.

신학기 증후군으로 인한 소아변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유산균이 풍부한 간식을 챙겨 먹도록 지도해야 한다. 아직 공공화장실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은 초등학교 신입생의 경우엔 화장실 사용법을 알려주고, 개학하기 전까지 남은 기간에 규칙적으로 배변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야 한다. 이때 부모는 담임교사에게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의사 표현을 하는 것에 창피함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을 함께 지도해야 한다. 용변을 볼 때 불편함이 없는 복장을 챙겨 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새학기 스트레스로 인한 잔병치레를 하지 않도록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영양 섭취, 예방접종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자녀가 단체생활을 하는 학교로 복귀하면 방학 동안 걸리지 않았던 수두, 홍역, 감기 등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종 예방접종 리스트를 확인한 뒤 필요한 백신 주사는 미리 맞혀야 한다. 면역력이 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제철음식, 비타민이 풍부한 영양제 등을 챙겨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신학기 증후군’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따라서 자녀의 신학기 증후군을 조기에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의원 원장은 “대화의 기본은 ‘네가 어떤 말을 하든지 부모는 너를 도와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부모의 노력에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아동심리센터에서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 적절한 심리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학기 증후군 극복법▼

①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기보다는 야외에서 놀이를 즐긴다.
② 채소, 발효음식, 견과류 등을 섭취한다.
③ 방학 동안 익숙해진 늦은 잠자리 시간을 앞당긴다.
④ 농구, 축구 등 단체운동을 한다.
⑤ 새로운 학급의 친구들을 불러 집에서 함께 논다.
⑥ 학교 운동장을 부모님과 산책한다.
⑦ 아침식사를 꼭 챙겨 먹는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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