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기고]‘난청 우울증’ 키우지 말고 보청기 착용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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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잘 안 들리면 위축돼 소심해져
과감하게 보청기 낀 환자 의욕 왕성

자녀들과 떨어져 홀로 생활하고 있는 이모 씨(73)는 노인성 난청 환자다.

처음에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말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증세는 심해져 이제는 가까운 TV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가 됐다. 결국 이비인후과에서 검사받은 결과 이 씨의 양쪽 귀는 모두 난청이 상당히 많이 진행된 상태라 보청기를 처방받았다.

처음에는 보청기 사용을 꺼리고 우울해하던 이 씨. 하지만 기우는 잠시. 귀가 잘 들리게 된 그는 뜸해졌던 운동, 성당 방문 등 외부활동을 다시 시작했고, 난청 환자 특유의 어눌함도 사라져 우울감도 극복할 수 있었다.

난청 전문가들에 따르면 난청 환자들은 자신이 난청임을 아는 순간부터 다음의 5단계를 겪게 된다고 말한다.

먼저 ‘부정’의 단계. 자신이 소리를 못 듣는 게 아니라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 정도라고 현 상태를 부정하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노여움’의 단계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보다 난청이 빨리 왔다는 생각과 의사소통의 불편으로 시도 때도 없이 화를 낸다.

세 번째 단계는 ‘교섭’이다. 노력만 하면 난청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우울’ 증세에 빠진다. 이 씨의 경우다. 마지막 단계가 바로 ‘수용’이다. 난청을 받아들이고 보청기를 착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문제는 수용 단계에 이른 난청 환자의 경우 보청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증상이 악화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5단계에 이르기 전에 보청기 착용을 시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더 큰 문제는 난청은 단순히 잘 못 듣는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 오랜 기간 명확한 소리를 듣지 못하면서 뇌로 전달되는 소리 자극이 줄어들고 인지력과 기억력이 점차 떨어진다. 또 고립감과 우울감이 늘어나면 인지기능 저하도 심해져 치매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외국의 각종 논문에 따르면 보청기를 사용한 난청환자가 대조군에 비해 인지 기능이 개선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본원에서도 보청기 착용 전과 착용한 지 3개월이 지난 환자의 인지기능을 측정한 결과 현격한 개선이 나타났다. 이처럼 보청기 착용은 난청 환자의 인지력과 기억력을 개선하고 청력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교정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 세대 노인들은 정년퇴직 후 가정과 사회에서 적당한 역할을 상실하고 노후 생활에 알맞은 새로운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성공적인 노후생활을 누리기 위해선 긴 노령기를 즐길 수 있는 왕성한 사회활동이 필요한데 청력의 회복이 여기에 필수적이다. 청력이 나아지면 이웃, 친구, 친족 간의 긴밀한 유대관계도 지속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결론적으로 난청으로 소극적인 대인관계와 자존심이 위축된다면 결코 망설이지 말고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성근 김성근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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