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 불면증 막으려면 한밤중 과식 피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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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장애환자 年12%씩 증가세

1879년 미국의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의 전구 발명은 인류 역사의 큰 획을 그은 사건이다. 암흑을 환하게 밝힌 백열전구가 밤 시간 노동을 가능케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인류의 생활은 야간에 생산한 물자를 바탕으로 더욱 풍족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대낮처럼 밝은 밤이 앗아간 것이 있다. 바로 잠이다. 해 뜨면 일어나고 해 지면 바로 잠드는 시절이 지나간 지 오래다. 잠들어야 할 때 잠들지 못하는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 수면장애 80여 종, 매년 11.9%씩 환자 증가

국제 의학계에서 공인된 수면장애의 종류는 불면증, 수면무호흡증 등 80여 가지. 일찍이 산업이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수면장애에 대한 연구가 이미 20세기 초부터 시작됐다. 미국에선 오직 수면만을 연구하고 잠 못 드는 이들을 치료하는 ‘수면의학전문의’가 각광받을 정도다. 정도언 서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교대근무, 야근, 철야근무가 당연하게 취급 받는 한국 노동문화의 특성상 수면장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정 교수의 설명처럼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환자가 크게 느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최근 5년(2008∼2012년)간 수면장애 환자 진료통계에 따르면 2008년 22만7907명이던 환자 수는 4년 만에 35만7112명까지 증가했다. 연평균 11.9%의 가파른 증가세다. 이는 진료비 상승으로 연결된다. 총 진료비는 2008년 194억9300만 원에서 약 1.8배 늘어난 352억9800만 원까지 올랐다. 사회 전체의 부담이 커졌다.

○ 방치하면 우울증, 기억력 감퇴까지 유발


수면장애 중 가장 환자가 많은 유형은 ‘불면증’이다. 환자가 단순히 잠에 못 드는 것뿐만 아니라 자주 깨거나, 새벽에 일찍 깨서 잠이 오지 않거나,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은 증상 모두를 포함한다.

불면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건 일상생활의 스트레스. 쉬운 말로 열을 받거나, 걱정으로 잠이 안 오는 경우다. 관절염, 치통 등 통증으로 인한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다. 알코올 의존증도 불면증의 주된 요인으로 분류된다.

정 교수는 “특히 갱년기에 접어든 여성이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 특유의 민감성, 호르몬 변화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방치하다가는 심각한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흔한 질환이 ‘수면무호흡증’이다. 수면 중 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호흡 정지 상태가 나타난다.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의 십중팔구는 수면무호흡증으로 봐도 무방하다. 더 큰 문제는 수면무호흡증은 심각한 불면증과 동시에 수면과다증까지 유발한다는 사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야간 수면 중 숨이 막히기 때문에 자다 깨다 하는 습관이 자주 반복된다. 이처럼 양질의 수면을 취하지 못한 환자는 항상 피로에 절어 있고, 아침에 잠자리에서도 잘 일어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졸음을 참지 못하고 낮 시간대에 조는 경우도 잦다. 낮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이유진 서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비만 및 아데노이드 비대증(코 뒤쪽과 목 사이에 있는 편도가 붓는 병) 환자가 늘면서 수면무호흡증은 전 연령대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며 “심한 경우 기억력 감퇴, 만성두통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수면장애 극복

수면장애 치료는 증상과 원인에 따라 다양하게 이뤄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생활습관 개선이다. 적절한 운동과 족욕은 숙면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밤중 과식하는 것도 버려야 할 습관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1시간 이상 낮잠을 자지 않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호르몬 및 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수면질환에는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자신도 모르게 잠에 빠져드는 ‘기면병’은 각성을 유도하는 하이포크레틴 단백질 부족으로 발생한다. 이 경우엔 모다피닐 같은 정신각성제나 항우울제 등을 처방해 증상을 완화시킨다”고 말했다.

외과적 수술이나 의료기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수면무호흡증이 대표적이다. 기도의 폐쇄된 부분을 넓혀주는 ‘코골이수술’이나 수면 시 기도에 산소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상기도 양압기’를 이용하면 수면무호흡증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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