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大에 ‘무중력 인공 우주공간’ 설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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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m높이에서 캡슐 떨어뜨려 1.5초간 중력 없애

‘10m급 자유낙하탑’ 터널 속으로 실험장비를 떨어뜨리면 1.5초 동안 무중력 실험을 할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10m급 자유낙하탑’ 터널 속으로 실험장비를 떨어뜨리면 1.5초 동안 무중력 실험을 할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중력이 없는 곳에서 종이에 불을 붙이면 어떻게 탈까. 무중력 상태에서 질량을 잴 수는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주로 나가서 실험해 보는 것. 그렇지만 과학자들은 우주와 비슷한 환경인 ‘인공 우주’를 만들어 이런 실험을 해 낸다. 바로 ‘마이크로 중력 실험’이다.

마이크로 중력을 만드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물건을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는 것이다. ‘자유낙하 방식’이다. 고층 빌딩에서 엘리베이터 케이블이 갑자기 끊어졌다고 할 때, 떨어지는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사람의 몸무게는 거의 0kg이 된다. 사실상 무중력 상태가 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케이블이 끊어진 엘리베이터처럼 자유낙하 하는 캡슐을 만들어 그 안에 각종 실험 장치를 넣고 무중력 실험을 한다.

최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과학연구팀과 한국해양대 연구진은 공동으로 10m 높이의 ‘마이크로 중력 환경 모사 지상 연구시설’을 설치했다고 31일 밝혔다. 해양대 빌딩 한쪽 벽면에 철골로 탑을 만들고, 주변을 천막으로 감싸 바람의 영향을 차단한 뒤, 내부에는 실험용 강철 캡슐을 넣었다. 캡슐을 낙하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2.5m 높이의 에어백도 설치했다.

이 캡슐을 이용하면 캡슐이 낙하하는 약 1.5초 동안 무중력 실험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이 설비를 이용해 우주에서 물건의 질량을 잴 수 있는 ‘소형 무중력 저울’의 성능 검증 실험을 하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은 5초 이상 마이크로 중력 실험을 할 수 있는, 높이 150m 이상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 무중력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기계 장치 속에 무중력 공간을 만들어 실험 재료를 공중에 뜨도록 하는 것. 중력이 작용하는 반대 방향으로 힘을 주어 중력을 없애는 원리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근우 책임연구원팀은 2011년 국내에서 최초로 정전기의 힘을 이용해 물질의 공중부양에 성공했다. 중력과 같은 힘의 정전기장을 중력 반대 방향으로 걸어 주면 중력과 정전기장이 상쇄되면서 그곳에 올려 둔 물체가 무중력이 된다. 이 장치는 고출력 레이저로 공중에 뜬 물질을 4000도까지 가열할 수도 있고, 내부를 진짜 우주처럼 진공 상태로 만들 수도 있어 다양한 실험에 응용할 수 있다. 중력의 작용을 최소화하면 정밀한 실험도 가능해지고, 중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새로운 물성의 첨단 물질을 개발할 수도 있다.

자기부상열차가 레일 위를 떠서 움직이는 것처럼 자석의 힘을 이용해 무중력을 만드는 방법도 많이 쓰인다. 물이나 유리 같은 반자성체에 강한 자기장을 쏘아 주고, 자석에 끌리는 자성체는 자기장의 방향을 반대로 바꿔 중력의 힘과 동일한 반발력을 주면 공중부양이 된다.

국내에는 아직 자기장을 이용한 무중력 실험장치는 없다. 김동락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물성연구부장은 “자기장 무중력 장치를 개발할 계획을 세운 적이 있지만 수요가 많지 않다”며 “자기장은 생명체에도 비교적 안심하고 쓸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무중력장치와 상호 보완적으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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