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우울증·치매·사고위험에 노출되는 난청, 일정기간 보청기 착용으로 적응감 키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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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이비인후과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윤모 씨(71)는 6년 전부터 대화 중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시중에서 흔히 파는 귀고리형 보청기를 구입해 양쪽 모두 착용했지만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주변 소음이 너무 시끄럽게 들렸기 때문이다. 소음이 크게 들리는 만큼 정작 전달받고 싶은 메시지는 잘 들리지 않았다. 곧 보청기 착용을 포기했다.

6년이 지나 윤 씨는 뒤늦게 김성근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진찰해보니 큰소리에 유난히 예민한 소견을 보였다. 특히 주변 소음에 민감해 조그만 소음에도 대화하는데 많은 지장을 나타냈다. 이 병원에서 가능한 ‘소음 하 문장 인지도’ 검사에서도 상당한 장애를 보였다. 양측 귀에 귓속형 보청기를 처방받았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적응이 잘 돼 효과를 보고 있다. 하지만 6년 동안 나빠진 청력은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특히 윤 씨와 같이 큰소리에 유난히 예민하거나 주변 소음에 지장을 많은 받는다면 더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검사결과에 따라 적절한 보청기 처방을 받아야 하고 보청기를 조절하는데도 주의해야 한다.

난청은 65세 이상 노인의 4명 중 1명이 겪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노인성 난청 초기에는 시끄러운 장소에서 대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상대방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되묻는 일이 잦아진다. 특히 고음의 자음 부분이 잘 들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간다, 잔다, 판다, 산다’ 등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난청이 중기에 이르면 모음 분별도 어려워진다. 대화가 어려워 대인관계에서 소외되기 싶다. 심리적 위축이 길어지면 노인성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난청이 심해지면 퇴화 속도가 빨라져 뇌에 대한 자극이 줄어들기 때문에 치매가 나타날 수도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중등 난청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치매 발생률이 3배 높다. 고도난청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치매 발생 확률이 5배 이상 높다.

난청 노인들은 사고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된다. 길을 걷다가 갑작스러운 경적 소리를 듣지 못해 사고를 당하거나 방향 감각을 잃는 때도 있다.

이 때문에 힘들더라도 보청기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보청기는 전문가의 적절한 진단과 처방이 이루어져도 일정 기간 적응과정이 필요하다. 평균 3개월에서 6개월 정도가 걸리고 때에 따라 1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뇌가 새로운 소리에 반응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난청 환자들은 보청기에 적응한 뒤에도 하루 3시간에서 8시간 정도 꾸준히 착용해서 적응감을 키워야 한다.

보청기 착용 뒤에도 청력 변화나 귀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반드시 이비인후과 진료를 규칙적으로 받아야 한다. 실제 보청기의 효과를 착용자의 관점에서 주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병원에서 객관적으로 측정해봐야 한다.

김성근 김성근이비인후과 원장은 “무엇보다 환자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고 초기에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본인의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해줄 수 있는 전문의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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