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없는 병원’ 7월엔 활짝 열릴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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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부 간병서비스제도 3차 시범사업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의 환자안심병동에서는 1월부터 보호자나 간병인이 없이도 간호사로부터 간병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의 환자안심병동에서는 1월부터 보호자나 간병인이 없이도 간호사로부터 간병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최모 씨(50)는 지난해 10월 뇌염에 걸려 서울의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고열과 함께 전신이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났다. 대소변을 못 가렸다. 직장에 다니던 아내(49)는 최 씨를 돌볼 여력이 없어 간병인을 고용했다. 하루 8만 원, 한 달에 200만 원이 들었다. 아내의 월급은 매달 100만 원 남짓. 간병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두 달 만에 직장을 나와 직접 간병했다. 현재 대다수 병원에선 이처럼 보호자나 간병인이 직접 환자를 돌본다. 간호 인력을 충원해 병원이 직접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 없는 병원’이라면 문제가 해결된다. 보건복지부는 이 제도를 도입하려고 2007년과 2010년, 두 번의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결론을 내지 못해 올 7월 다시 3차 시범사업에 들어간다. 7년째 시범사업만 벌이는 셈이다. 이 제도는 과연 시행될 수 있을까. 》
○ 환자에겐 이로운 제도


고려대 의대 안형식 교수(예방의학교실)에 따르면 요양병원 입원 환자의 90% 이상이 간병인을 고용한다. 일반병원의 경우 19.3%가 간병인을 고용하고 34.6%는 가족에게 간병을 받는다.

간병인이 필요한 이유는 병원의 간호사가 부족해서다. 일반병원에서는 간호사 1명이 입원환자 15∼20명을 담당한다. 일본(7명), 미국(5명)보다 훨씬 열악하다. 한국 중국 대만을 빼면 대부분 국가에서 간병서비스는 병원의 몫이다. 병원이 간호사와 간호보조 인력으로 팀을 꾸려 환자를 전담한다. 이를 ‘간호간병’이라고 한다.

국내 입원환자가 연간 지출하는 간병비는 평균 275만 원. 안 교수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3조 원의 간병비가 지출됐다. 전체 입원진료비의 20%에 이르는 금액.

이 돈을 감당할 수 없으면 가족이 직접 간병한다.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더라도 생업에 막대한 지장이 생긴다. 진료비와 간병 탓에 가족 전체가 나락으로 떨어지기 쉬운 이유다. 보호자 없는 병원이 도입된다면 이런 폐해를 막을 수 있다.

○ 수조 원 재원 어디서?

문제는 재원이다. 간병인 없이 환자를 충분히 돌볼 만큼 간호사를 늘려야 한다. 따라서 건강보험 재정에서 병원에 지급하는 입원료가 오른다.

정형록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일반병원에서 간호 인력이 간병서비스를 전담할 경우 최소 2조3906억 원에서 최대 5조23억 원이 필요하다. 지난해 건강보험에서 지출한 총 진료비는 47조8392억 원. 이 금액의 5∼10%를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간병비를 건강보험에 포함시킬 경우 재원 마련 방법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보험료를 높여 해결하자는 주장이 있지만 아직 중증질환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엇이 우선이냐는 논란이 있다. 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처럼 제3의 ‘간병보험’을 만들자는 주장도 있다. 이왕준 관동대 의대 명지병원 이사장은 “노인장기요양보험처럼 한 달에 몇천 원씩 내고 간병서비스를 받도록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안 교수는 “간병서비스처럼 규모가 큰 의료서비스가 공적인 영역에서 배제돼 있어 환자에게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킨다. 정부가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 간병인 사라지나

유인상 뉴고려병원장은 “병원에서 간호 교육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의료상식을 제대로 모르는 간병인이나 가족이 환자를 돌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수술 환자의 몸을 따뜻하게 하는 바람에 상처를 곪게 한다든지, 신장병을 앓는 환자에게 짠 음식이나 사골 국물을 먹여 병을 악화시키는 식이다. 보호자 없는 병원에서는 의학교육을 제대로 받은 간호 인력이 환자를 전담한다. 또 병원이 환자 관리를 전적으로 책임지니까 간병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간병인은 서서히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병원 내의 간호사와 간호보조 인력이 환자를 전담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에서 간병인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약 4만5000명.

복지부 관계자는 “간병인 상당수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만큼 이들이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관련된 일자리로 옮기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 마포구의 A노인복지센터 시설장은 “간병인은 의사와 간호사를 도와 보조역할만 하면 되지만, 요양보호사는 일이 고되니까 많은 사람이 기피한다”며 “지금도 구인에 어려움을 겪는데 간병인이 이직을 하려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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